[책속의 이 한줄]고민도 그저 ‘생각 덩어리’… 머리서 나가길 기다리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고 그 생각이 다 진실은 아니에요. 원래 내 생각도 아니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지배당하지 마세요.”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혜민·수오서재·2016년)

가슴에서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던 날, 누군가에게 털어놔도 듣는 사람만 힘들게 할 뿐 내 마음을 달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날, 도망치듯 들어간 서점에서 기적처럼 이 책을 만났다.

“마음에 고민이 많아 우울하고 힘들 때 머리를 들고 앞에 있는 사물을 아주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사물을 보는 순간 생각의 진행이 멈추면서 조금 전 마음의 고민이 그냥 ‘생각 덩어리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던 자책과 서운함과 배신감과 슬픔이 그저 ‘생각 덩어리’였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혜민 스님은 여기에 한마디 덧붙인다. “생각들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지 말고, ‘고작 생각들이었어’ 하세요.”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나쁜 생각은 한순간에 ‘고작 생각들’이 됐다. 나쁜 생각이 머릿속에서 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리면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혜민 스님은 2012년 펴낸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잘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출가를 결심해 2000년 봄 해인사에서 사미계, 2008년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받아 조계종 승려가 됐다.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로 7년간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 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를 세워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8개 장으로 나뉜 책에는 스님의 따뜻한 말이 가득하다. 친구나 직장 선후배 사이의 관계부터 가족, 부부, 연인과의 관계까지 아우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 칼럼 등을 엮은 책이라 구어체로 된 서너 줄짜리 짧은 글도 많다. 힐링과 위로를 외치는 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지만 이렇게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오랜만이다. 책 속에는 길만 있는 게 아니라 위로도 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혜민스님#고민#생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