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복잡한 업무일수록 人事평가때 학연-지연 많이 작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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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권자는 사회경제적 배경, 거주 지역, 교육 등을 중심으로 자신과의 동질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독선사회(강준만·인물과사상사·2015년)

14일 성과주의를 둘러싼 금융권 노사의 산별 교섭이 또다시 무산됐다. 이 문제에 대한 주요 논란 중 하나는 성과주의 도입의 전제 조건이 되는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과연 마련할 수 있느냐다. 이는 사실 회사원이라면 한 번쯤은 던져 봤을 질문이다. “조직에서 능력과 실력만으로 승진할 수 있을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이 책에서 찰스 콘래드 노스캐롤라이나대 커뮤니케이션 교수의 주장을 소개하며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콘래드 교수는 “특히 복잡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늘 혼동되고, 스트레스가 많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동질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자신의 주변이 예측 가능한(잘 아는, 그러니까 안정되게 믿을 수 있고 충실한) 사람으로 둘러싸여 있을 때 혼동·불확실성·모호성은 감소된다”고 주장한다. 즉,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서로 맞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해야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출신 지역이나 학연 등이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콘래드 교수는 또 아주 단순한 업무를 제외하면 능력과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많은 미국 기업의 능력 평가 항목엔 조직 충실도, 효과적 리더십, 동료의 인정, 상사들과의 관계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관계와 관련돼 있는 것이지 엄격한 의미에서 능력이나 실적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하위직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일에만 집중한다면 다른 능력이 없고 상위직으로 진급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콘래드 교수는 딜레마에서 탈출하려면 조직 내 인간관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머리말에서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고 강조한다. 개혁과 진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똑똑함과 확신의 한계를 깨닫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인사평가#학연#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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