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책 읽는 아이로 키우기? 그냥 소리내서 읽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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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길, 확실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끝없는 순례의 여정, 인간이 인간에게 나아가는 도정―소설처럼(다니엘 페낙·문학과지성·2004년) 》  

‘책 속에 길이 있다’는 표현은 왜 진부한가. “책 속에 ‘먹고살 길’이 있으니 온갖 책을 두루 읽어 너의 먹고살 길을 찾으라”고 책읽기의 목적을 분명하게 못 박아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년 교사 경력의 소설가인 다니엘 페낙은 ‘책 속의 길’이라는 게 실은 헤매는 길이요, 목적 따위 없는 길이라고 분명하게 못 박는다.

그렇게 헤매기 일쑤고 끝도 없는 순례가 펼쳐지는 책읽기를 굳이 왜 돈 들이고 시간 들여 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아해할 분이 분명 있으리라. 실용과 목적이 분명한 책들만 읽어도 그만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 말이다.

모든 책은 스토리를 판다. 심지어 실용서나 자기계발서조차도 성공의 스토리를 판다. 스토리의 재미는 상상하는 동물인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양념이다. 우리 유전자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로 그런 스토리에 대한 허기를 채운다는 이들도 있다. 어디에 나와도 상관없을 판에 박힌 상황들이 대부분인 그런 이야기들은 아무리 채워 넣어도 나에겐 허기는 여전하고 즉시 소모될 뿐이다.

사람들이 날씨를 즐기느라 놀러만 다녀서 책이 안 팔리는 때라 굳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따로 불러준다는 철이 왔다.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러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나들이 한번 하자. 페낙이 권하는 책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령은 바로 ‘소리 내어 책 읽어주기’다. 그 목소리 덕분에 따분해 보이던 텍스트가 입체감을 얻고 명료한 사진처럼 살아나 책 속의 세계를 보여준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책읽기에 길들게 하려면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책을 읽어주는 것은 선물과도 같다. 읽어주고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책 읽는 아이로 자라난 인간은 모름지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박유안 번역가
#소설처럼#책 속의 길#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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