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당신을 횃불로 키울 ‘청춘의 불꽃’ 갖고 있습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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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게는 각각 어떤 특별한 연령대 밖에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사건이 존재한다. 그것은 아주 작은 불꽃같은 것이다. 주의 깊고 운 좋은 사람은 그것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커다란 횃불로 키워내 생을 밝히며 살아갈 수 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2010년) 》

라디오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하는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20대에 들었던 음악과 20대에 읽었던 책을 계속 되새김질하면서 살고 있어.”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20대가 끝나면 음악과 책으로부터 받는 감동의 크기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푸념을 들은 뒤 스마트폰에 저장된 MP3 음악파일 목록의 제목들을 훑어봤다. 목록의 대부분이 20대에 들었던 음악들로 채워져 있었다. 누군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나 책을 물어온다고 생각해 봤다. 역시 20대에 소비했던 문화상품들이 머릿속에 먼저 떠올랐다.

20대에 축적한 문화적 경험들을 자양분 삼아 살아간다는 이들이 많다. 그 시절에 접했던 음악이나 책, 영화가 각별한 것은 경험의 주체가 ‘20대의 나’였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정문 앞 술집에서 친구들과 취한 채 듣던 음악, 흠모했던 이성에게 건네려 서점에서 신중히 고르던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20대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하지만 돈을 버는 일이 일생일대의 과제가 된 ‘어른’들은 경제활동 이외의 것들에는 도무지 심드렁하다. 일상이 지루한 소설처럼 전개되다 보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어도 거기에 접붙일 경험이 부족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 청춘시절에 겪는 특별한 사건들은 작은 불꽃이라고 설명한다. 삶이 충만해지려면 청춘에 얻은 불꽃을 다듬고 키워 횃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20대에 얻은 불꽃에 마음이 쏠려 불꽃을 횃불로 만드는 일에 소홀한 게 아닐까. 삶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길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스푸트니크의 연인#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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