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서방-이슬람 끝없는 충돌 원인은 타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이기심

동아일보 입력 2012-09-26 03:00수정 2012-09-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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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최근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마호메트) 모독 영상으로 촉발된 중동의 반미(反美) 시위가 세계로 번지며 악화되고 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과 이슬람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서구와 이슬람 세계는 최근까지 수백 년간 ‘지배-피지배’의 갈등을 겪어왔다. 스페인의 이베리아 반도는 800년 가까이 이슬람 세력이 지배했고, 그리스를 포함한 발칸 반도에서도 400년 이상 이슬람 제국인 오스만튀르크의 가혹한 통치가 이어졌다. 반면 17세기 이후부터 20세기까지는 거꾸로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지역의 이슬람 세계가 유럽 국가들의 식민통치를 경험했다. 한때 유럽 문명의 스승이었던 화려한 중세 이슬람 문화는 위력을 잃었고, 뒤바뀐 처지에 일부 급진적 이슬람 세력은 서구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몸짓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역사적 기억으로는 1099년 1차 십자군 전쟁 때 서구의 예루살렘 정복으로 그곳에 살던 무슬림들이 집단학살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1492년 스페인 땅을 다시 회복하는 리콩키스타(재정복) 이후 서구는 그곳의 수많은 무슬림과 유대인을 학살하거나 추방했다.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정권이 자행했던 유대인 대학살 이후 살아남은 유대인들을 위해 미국이 팔레스타인 땅 심장부에 이스라엘 건국을 주도했는데 이는 많은 무슬림의 가슴에 반미 감정을 각인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더욱이 미국의 막대한 군사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이 4차례의 중동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철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웃 아랍 국가들의 영토를 불법으로 점령하자 하마스, 헤즈볼라, 이슬람 지하드 같은 조직적인 무장저항단체가 생겨나 반미, 반이스라엘 투쟁을 본격화했다.

물론 지난 60여 년 동안 이슬람 주류공동체는 냉엄한 현실을 수긍하고 서구와 협력하면서 실리를 찾는 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일부 급진 정치세력은 서구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을 부추기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고자 했다.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를 순교로 포장하면서 이슬람 국가 창설을 내세운 대표적인 폭력집단이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다.

이에 대응해 미국도 일부 유럽 국가와 함께 지난 10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수십만 명의 민간인 무슬림이 죽음을 당하자 양측은 더욱 멀어졌고, 상대를 향한 적의감도 깊어졌다. 무엇보다 이슬람 세계는 서구의 공공연한 이중 잣대에 크게 분노하고 좌절한다. 이스라엘을 향한 어떤 비난이나 팔레스타인 학살 문제 언급은 반유대법의 제재를 받는다. 반면 15억 명의 무슬림이 ‘영적인 테러’라고 주장하는 무함마드 모독 영화나 이슬람 모욕 행위는 표현의 자유나 예술적 행위라는 논리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 종교 간 이해와 다문화가치의 발현 등을 통해서만 양측 세계는 서로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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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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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이슬람#반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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