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Q: 의식을 복제된 몸에 옮기면 ‘영생’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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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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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컴퓨터에 마음이식 가상이론만…

《Q: 인간이 언젠가는 영원히 살 수 있을까요? 인간의 의식을 복제된 몸으로 옮길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가능할까요? (ID: lee_jh***)》

2050년 어느 날, 수술실에 드러누워 있는 당신 옆에는 당신과 똑같이 되려는 컴퓨터가 대기하고 있다. 수술을 맡은 로봇이 당신의 두개골을 열어 그 표피를 수많은 미세한 장치로 스캔(주사)한다. 주사하는 순간마다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가 기록된다. 로봇의사는 측정 결과를 토대로 뇌 조직의 각 층이 보여주는 행동을 본뜬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한다. 이 프로그램은 당신 옆의 컴퓨터에 설치돼 가동된다. 이러한 과정은 뇌 조직의 각 층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시행된다. 뇌 조직의 층별로 뇌의 움직임이 모의실험(시뮬레이션)되는 것이다.

수술이 끝날 즈음 당신의 마음은 이미 뇌로부터 빠져나와서 기계로 이식돼 있다. 수술을 마친 로봇의사가 당신의 몸과 컴퓨터를 연결한 코드를 뽑아버리면 당신의 몸은 경련을 일으키며 최후를 맞게 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당신은 눈을 뜨게 된다. 당신의 뇌는 죽어 없어졌지만 당신의 마음은 컴퓨터에 옮겨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기계장치로 바뀐 것이다.

1988년 미국 로봇공학 전문가 한스 모라벡이 펴낸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에서 사람의 마음을 기계 속으로 옮기는 과정을 묘사한 시나리오다. 사람의 마음을 기계로 이식하는 기술은 ‘마음 업로딩(mind uploading)’이라 이른다. 마음을 업로딩하면 사람이 말 그대로 로봇으로 바뀌게 된다. 이 로봇은 소프트웨어로 만든 인류의 정신적 자산, 이를테면 지식 문화 가치관을 송두리째 물려받아 다음 세대로 넘겨줄 것이므로 모라벡은 이러한 기계를 사람의 마음을 물려받은 ‘마음의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마음 업로딩이 실현되면 인간의 마음이 기계로 옮겨짐에 따라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컴퓨터 처리 성능의 발전에 힘입어 사람의 마음이 생각하고 문제를 처리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다. 마음을 이 컴퓨터에서 저 컴퓨터로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의 성능이 강력해지면 그만큼 마음의 인지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프로그램을 복사해 동일한 성능의 컴퓨터에 집어넣을 수 있으므로 자신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느끼는 기계를 여러 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게다가 프로그램을 복사하여 보관해 두면 오랜 시간이 경과된 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므로 마음이 사멸하지 않게 된다. 마음이 죽지 않는 사람은 결국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모라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을 서로 융합시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합시키는 것처럼 여러 개의 마음을 선택적으로 합쳐 상대방의 경험이나 기억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라벡의 시나리오처럼 2050년에 마음 업로딩이 가능해진다면 조상의 뇌 안에 있는 생존 시의 기억과 감정을 읽어내서 ‘마음의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재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아직은 상상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구분이 흐릿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KAIST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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