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 마임-신체극-무용극-논버벌 퍼포먼스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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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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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몸’이 위주가 되는 공연으로 마임, 신체극, 무용극, 논버벌 퍼포먼스 등이 있는 건 알겠는데 각각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점으로 구분하나요?

(정윤용·39·경남 진해시 도만동)

A: 마임은 장르, 나머지는 장르서 파생한 공연 개념

말씀하신 공연 분야들은 ‘비언어극’이라고 통칭할 수 있습니다만 장르의 차이라기보다 어떤 전통에 서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는 게 정답입니다. 공연계에선 기록상으론 연극이 먼저 등장하지만 언어 중심의 연극보다 몸 중심의 공연 형태가 먼저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몸 중심 공연 양식으로 가장 오랜 기원을 자랑하는 것이 팬터마임입니다. ‘모든 것을 흉내 내는 배우’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입니다. 그리스·로마시대 팬터마임은 사람이나 사물을 몸짓으로 흉내 낼 뿐 아니라 플루트 등의 악기로 온갖 소리를 흉내 내는 희극배우를 지칭했습니다. 오늘날 ‘성대모사’에 능한 개그맨과 비슷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팬터마임이 서양 중세 때 이르러 언어를 배제한 채 몸짓으로만 이뤄지는 공연 양식을 지칭하게 됩니다. 임도완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소장은 “교회가 연극의 현실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기 위해 언어 사용을 금지한 데 대한 대응으로, 말을 쓰지 않고 몸짓으로만 풍자하는 팬터마임의 양식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팬터마임의 고정된 양식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추상적 표현을 추구한 게 마임입니다. 마임에선 팬터마임과 달리 언어 사용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이와 달리 신체극은 연극적 전통에서, 무용극은 무용적 전통에서, 논버벌 퍼포먼스는 음악이나 무술 같은 색다른 전통에서 파생한 공연 개념이라고 마이미스트인 남긍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설명합니다. 즉, 마임과 같이 몸의 표현을 중심에 두되 어떤 예술적 전통에서 그것을 시도하느냐에 따라 나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계적 공연예술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비주류 실험극을 크게 피지컬 시어터(신체극), 비주얼 시어터(영상극), 오브제 시어터(사물극)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이에 따르면 몸의 움직임을 활용한 공연은 피지컬 시어터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임과 연극, 무용, 음악, 서커스가 이종교배로 뒤섞이기 때문에 그 경계가 갈수록 불분명해진다고 유진규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은 설명합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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