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따라잡기]<끝>“창조적으로 세계를 보려면…”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3시 00분


지난해 사진 예술에 빠져보겠노라 선언한 적이 있다. 덜컥 카메라부터 샀다.

이것저것 마련하고 폼 잡을 때까진 좋았다. 그런데 역시 사진은 찰나의 예술인가. ‘찰칵’ 이후가 마음 같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이 사진기 액정화면 속에서 울고 있었다. 날 왜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느냐고. 책을 뒤져도 머리만 더 아파지고. 어느새 카메라는 책상머리 전시품이 됐다.

그때 만난 게 ‘브라이언 피터슨’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쓴 책 ‘창조적으로 이미지 보는 법’(청어람미디어). 사진부 선배의 추천으로 이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사진은 수없이 시도를 해보다가 끝내 포기했을 것이다.

세계적인 사진가이자 사진교육가인 스승은 친절하다. 사진 교본 가운데는 이론부터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피사계 심도가 이렇고 저렇고, 화이트 밸런스, 노출과 셔터 속도, 화각…. 웰컴 투 몽롱한 졸음의 세계. 브라이언 피터슨은 다르다. 이론도 설명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무엇보다 알아듣기 쉽다.

“화면을 구성하면서 앞에서 뒤까지 모두 초점이 또렷하게 나오도록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 절대 실수할 염려가 없는 나의 ‘공식’을 시도해보라. 먼저 자동초점장치를 끄라. 먼저 조리개를 f/22로 설정하고, 렌즈에서 약 1.5m 떨어진 물체에 초점을 맞추라. 수동노출모드라면 셔터속도를 노출계가 정확한 노출이라고 지시하는 속도로 설정하라. 조리개 우선 자동모드라면 그냥 촬영하면 된다. 카메라가 당신 대신 셔터 속도를 결정해준다.”(포토 라이브러리 3권 ‘뛰어난 사진을 위한 DSLR의 모든 것’ 중에서)

책 속에서 스승은 엄격한 교관이기보다 편안한 형 같다. 가끔 사진이나 글에 등장하는 자신의 딸과 아내를 보면 스승의 앨범을 보는 듯하다. 실수하거나 잘못된 사진도 개의치 않고 보여준다.

그의 친밀함에 반한 이가 많다. 국내에서도 두 번째로 소개된 ‘뛰어난 사진을 위한 노출의 모든 것’이 2만1000여 부가 팔린 것을 비롯해 4번째 책까지 모두 1만 부 이상씩 나갔다. 올해 8월에 나온 최신작 ‘뛰어난 사진을 위한 셔터 속도의 모든 것’도 2000부가 넘었다. 보통 사진책은 많아야 몇천 부 수준에서 그친다.

탁월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제자의 실력은 여전히 하찮다. 하지만 스승은 말한다. “가슴에 정열을 품고 사진을 찍는 사진가는 창조적인 표현을 얻어내기 위해 끝없는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쭙잖은 걸음이지만 그 끝없는 여행에 발 딛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책이든 사진이든 다 그렇지 않은가. 인생이란 여행에서 그들은 스승이자 친구가 되어준다. 소중하고 또 소중한. 그래서 영원한. -끝-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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