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디자인, 일상의 경이’-‘디자인 메이드…’ 展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2분


《흔하디흔한 주사위가 기원전 아시아에서 유래한 디자인의 걸작이라고? 구멍가게에서 파는 막대사탕이 세계 최초로 어린이를 위해 디자인한 사탕이었다고?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3전시실에서 열리는 ‘Humble Masterpieces―디자인, 일상의 경이’전(12월 31일까지·02-580-1495)은 이렇듯 디자인에 숨겨진 사연까지 알려준다. 평범한 생활 소품을 통해 소박한 디자인이 지닌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다. 한가람미술관의 또 다른 전시실에서 열리는 ‘Saving by Design―디자인 메이드 2008’전도 디자인의 새로운 의미를 일깨운다(12월 17일까지·02-735-9614).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이 주최한 전시에선 이미 존재하는 물건을 재활용, 재해석해 가치와 효용을 높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생활 문화 속에 녹아든 디자인의 고마움과 가치를 일러주는 이들 전시는 디자인의 호사스러움을 부각시킨 전시와 차별화된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작품들이 관객과 현대미술의 거리를 성큼 좁혀준다.

#친숙함과 낯섦 사이

볼펜, 코바늘, 면봉, 아이스크림콘, 포스트잇…. ‘디자인, 일상의 경이’전을 계기로 슈퍼에 있음직한 120여 일상 소품이 당당히 미술관에 입성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을 ‘겸손한 걸작’으로 격상시킨 것은 바로 디자인의 힘.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MoMA)의 건축 디자인 부문 파올로 안토넬리 큐레이터 기획으로 2004년 첫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걸작’의 반열에 오른 물건들은 질리지 않는 위대한 디자인의 비결이 단순함에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주제를 단조롭게 풀어낸 전시 구성은 옥에 티다. 입장료 무료.

눈에 익은 디자인에서 편안함을 느꼈다면 ‘디자인 메이드 2008’전에서 낯선 디자인의 세계를 체험해 본다. 국내외 작가들이 물자절약 방안을 궁리한 실험적 작품을 모았다.

플라스틱 소쿠리로 만든 조명, 이동 보관 설치가 손쉬운 전시 공간, 수납을 겸한 테이블 등은 재활용 디자인은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뛰어넘는다. 나란히 앉으면 몸이 밀착되는 벤치와 잔디를 밟으면 모니터에서 식물이 자라는 작품 등 관계와 생명에 대한 애정으로 영역을 확장한 작업도 있다. 체험행사도 다채롭다.

특히 ‘해킹 이케아’ 코너는 흥미롭다. 세계적으로 대량생산되는 스웨덴 브랜드의 제품을 네덜란드와 국내 작가들이 변형, 재창조한 작업은 세계화에 대한 날선 비판도 담고 있다. 예컨대 이케아의 조명 등을 구입한 뒤 내용물은 반품하고 포장지에 그려진 일러스트에 구멍을 뚫어 램프를 만드는 식이다.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소비의 조장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끝없는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만이 디자인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생활 속 디자인과 만나는 이들 전시는 소비를 부추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처한 소비문화의 풍경을 돌아보게 한다.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제품이나 기존의 사물에서 새 문법을 찾고 용도를 끌어낸 작업이나, 쓸모와 미적 감각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은 대개 간결하고 소박했다. 그래서 두 전시장을 둘러보면 아름다움의 비결은 헤픈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어느 건축가가 말했듯, 예술에서든 인생에서든 ‘과잉’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Less is more(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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