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삶의 기록-자서전 30선]<19>칼리 피오리나·힘든 선택들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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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공정하지 않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맡은 일을 완수했다. 실수도 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나는 힘든 선택을 했고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갈 수 있었다. 잃어버린 사람들과 목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지만, 내 영혼을 잃었다는 슬픔은 없었다.》

부당한 해임. 그리고 자서전. 갈등이나 폭로는 없었다. 단지 믿는 것에 전부를 바친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솔직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칼리 피오리나·힘든 선택들’은 추락하던 HP에 구조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컴팩과의 합병을 통해 사상 초유의 성과를 올리고도 구(舊)세력인 이사회에 의해 밀려난 HP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의 자서전이다. 만일 이 책을 펼치며 피오리나의 화려한 외모, 저돌적인 경영스타일, 성공한 여성 CEO를 따라다니는 갖가지 루머, 혹은 비즈니스계의 드라마틱한 뒷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유감이다. 결코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칼리 피오리나·힘든 선택들’은 여성 CEO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졌던 피오리나의 개인 성장 일기이자 조직과 비즈니스의 실체에 대한 멘터링 북이다. 부모와 유년기의 이야기, 법대를 자퇴하고 부동산 업체의 말단사원으로 비즈니스 업계에 입문해 타인의 인정을 통해 잠재력을 발견했던 사회 초년 시절, 그리고 실패와 두려움 속에서도 배우고 느끼며 성장해가는, 치열하게 살아온 개인의 흔적을 통해 성공이란 결코 운명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 준다.

여성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했던 고통도 다루고 있다. 신입 시절, 스트립 바에서 상담하면서 장애를 선택할 순 없지만 장애를 넘는 법은 선택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게 된 일화, 편견에 맞서기 위해 사랑받기보다 존중받아야 함을 배우고, 말과 제스처를 읽고 남성들의 힘의 언어를 익히는, 안정보다 도전을 택하게 되는 과정은 이 시대 여성이라면 꼭 읽어 봤으면 하는 대목이다. 여성이라는 불리한 입장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발전의 계기로 삼는 피오리나의 현명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AT&T, 루슨트테크놀로지에서의 관리자 생활에 대한 회고부터는 비즈니스에 대한 본격적인 멘터링이다. 협상, 마케팅, 인사관리, 법정공방, 기업 간 문화갈등, 비즈니스에 있어 성공과 승리의 개념, HP에서의 열정에 찬 구조개혁 작업과 합병에 관한 상황설명과 의사결정과정을 꼼꼼하게 그려 내고 있어 비즈니스에 포부를 가진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지침서가 될 것 같다.

그 어떤 것보다 가슴 벅찬 멘터링은 책을 덮을 때쯤 들려오는 피오리나의 열정에 찬 목소리다. “어떠한 환경과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원칙을 잃지 말고 스스로를 지켜 나가십시오. 자신의 세계는 온전히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영혼을 팔지 마십시오.”

피오리나는 ‘비즈니스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진정한 리더가 되는 길을 가르쳐 준다.

삶이 자신을 속인다고 불평하거나, 세상이 불공평해서 언짢게 느껴진다면 ‘칼리 피오리나·힘든 선택들’을 읽었으면 한다.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영혼을 되찾게 도와줄 것이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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