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新엘도라도를 선점하라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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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길거리에 자동차 한 대만 다녀도 사람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곤 했다. 지금은 발음하기도 민망한 최초의 국산 승용차 ‘시발(始發)’은 당시만 해도 도로의 왕자였고 신분의 상징이었다. 1970년대. 경제사정이 점차 좋아지면서 길거리에 포니나 브리샤 같은 승용차가 심심찮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승용차는 일반 국민들에게 여전히 언감생심일 뿐. 어쩌다 주변에 승용차 한 대 장만한 이웃이 있으면 동네 사람들끼리 “저 집은 자가용이 있대”하고 수군대기 일쑤였다. 이런 시절에 수입차는 단순한 부의 상징이 아니었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국산차도 아니고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그야말로 ‘돌 맞을 일’로 여겨졌다. 돈 자랑을 금기시하는 유교 문화까지 가세해 수입차는 한국에서 발붙일 곳을 찾지 못했다.

외국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에 한국은 사막과도 같은 불모지였던 셈이다.

○ 수입차 시장의 폭발, 브랜드로 승부하라

수입차를 대하는 시선이 21세기 들어 비로소 바뀌기 시작했다.

부(富)를 축적한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자신이 타고 싶은 차를 떳떳이 타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2000년 0.4%에 불과하던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2001년 0.7%에서 지난해 3.3%로 높아지더니 올해 1분기에는 급기야 4%를 넘어섰다.

점유율이 올라가는 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다.

1987년 수입 개방 이후 수입차의 점유율이 1%가 되기까지 장장 15년이 걸렸다. 하지만 2%를 넘는 데는 단 2년이 걸렸고 3%를 넘는 데는 1년, 4%를 넘는 데는 고작 3개월이 추가로 필요했을 뿐이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이제 외국의 자동차 업체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괄목할 만한 신장에도 불구하고 수입차의 점유율은 여전히 5%에 못 미친다. 이는 앞으로 한국에서 수입차를 팔 수 있는 여지가 대단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점유율이 10%만 돼도 지금보다 시장이 갑절 이상 커진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진 점이 포인트다. 젊은 층과 여성들이 수입차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서 매년 70∼80종의 수입차가 선보이고 있다.

이런 경쟁 속에 브랜드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특히 한국처럼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 나가는 시장에서 초기에 브랜드의 신뢰를 높이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는 향후 수십 년간의 매출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라는 것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독일의 자부심…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역사는 곧 자동차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창업 정신은 메르세데스벤츠를 최고급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

자동차 브랜드의 살아 있는 역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그 역사의 신화를 미래로 이어 나가기 위해 실험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연료전지가 미래 자동차의 비전이라고 판단해 최근 15년 동안 연료전지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가 승용차에서 버스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시험운행 중인 연료전지 차량은 100여 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지프-미니 밴의 강자… 완전히 새로운 차 만든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재 한국에서 크라이슬러와 지프, 다지 브랜드의 차량만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세단과 컨버터블, 스포츠유틸리티 등 다양한 차종을 만든다. 특히 미니 밴 영역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보유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크라이슬러에는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를 만든다”는 창립자의 유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미니 밴 등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이 회사의 브랜드 지프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4륜 구동차의 대명사가 됐다.

다지 역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2003년부터 대표적인 픽업트럭인 다코타를 판매하고 있는데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 美고객만족도 1위▼

인피니티는 1989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처음 소개된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다.

브랜드를 선보인 지 17년 만에 뛰어난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 우수한 고객서비스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2003년 JD파워가 실시한 미국 고급차 시장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인피니티는 ‘닛산이 아닌 인피니티’라는 고급 브랜드 전략으로 만들어졌다.

최상위 고객층을 대상으로 최고급 수입차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브랜드이면서 유럽 차에 가까운 디자인을 채택했다. 여기에 일본차 특유의 정숙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인피니티는 북미지역 진출 이후 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판매망을 갖출 정도로 한국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술을 통한 진보… 앞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

107년 역사를 가진 아우디 브랜드의 핵심은 ‘기술을 통한 진보’다. 이 슬로건에 걸맞게 진보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아우디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했다.

세계 최초로 승용차에 4륜 구동 기술을 채택한 ‘콰트로’, 무게는 줄이고 강도는 높인 알루미늄 차체 기술 ASF 등은 아우디가 이뤄낸 기술 진보의 성과로 꼽힌다.

이런 진취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최근 성장세도 무척 빠르다. 많은 마케팅 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아우디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우디는 올 8월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60만1500대의 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5만3991대)에 비해 8.6%나 늘어났으며 11년 연속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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