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01>然友가 復之鄒하야…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맹자가 鄒(추) 땅에 있을 때 등나라 定公이 서거했다. 후일 등나라 文公으로 즉위하는 당시의 세자는, 사부 然友(연우)를 시켜 鄒(추) 땅으로 가서 맹자에게 喪禮(상례)에 대해 조언을 구하게 했다. 다른 제후들은 대개 短喪(단상)을 치렀지만 등나라 세자는 삼년상을 치르고 싶어 했던 것이다. 맹자는 親喪自盡(친상자진·부모의 상에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함)의 원칙에 따라 삼년상을 치러야 한다고 권했다. 연우를 통해 그 조언을 전해들은 세자가 삼년상을 치르려 하자, 부형과 백관들은 다른 제후들이나 등나라 선왕들이 모두 短喪을 치렀다는 이유를 들어 세자의 뜻에 반대했다. 세자는 자신이 지난날 학문을 하지 않고 말달리기와 검술을 좋아했으므로 지금 부형과 신하들에게 權威(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바로 그 때문에 親喪의 大事를 제대로 거행하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했다. 그래서 다시 연우를 추 땅으로 보내 맹자에게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묻게 했다.

復之鄒는 다시 추 땅으로 갔다는 말로, 之는 동사이다. 然은 ‘그러하겠다’는 말이다. 이 말은, 앞서 세자가 부형과 백관이 자신을 만족스럽게 여기지 못한다고 했던 것을 이어받아서 맹자가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不可以他求者也의 可以는 가능 보조동사구, 他는 목적어, 求는 술어동사다. 이 구절은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혹 이 구절을 ‘다른 것을 가지고 찾을 것이 없다’는 식으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그 풀이는 뜻이 모호하다. 게다가 여기서의 以는 ‘∼을 가지고’라는 개사가 아니라, 可以가 복합어로서 가능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동사구이다.

不可以他求는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의 정성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맹자는 어버이의 상례에서 우선 자기 자신의 정성을 다하라고 가르쳤다. 비단 어버이의 상례라는 大事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사는 대개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스스로의 정성에 성패가 달려 있는 법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