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29>湯之於伊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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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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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齊(제)나라 宣王(선왕)이 자신을 부르자 조정에 나아가지 않고 대부 景丑氏(경추씨)의 집으로 갔다. 경추씨가 君臣主敬(군신주경)의 태도가 아니라고 비판하자, 맹자는 신하들이 군주에게 仁義(인의)를 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不敬(불경)의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추씨가 ‘군주가 명하여 부르시거든 말에 멍에 매기까지 기다리지도 않는다’는 예법을 말한 것이라고 하자, 맹자는 제후가 비록 三達尊(삼달존) 가운데 官爵(관작)은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年齒(연치)와 德(덕)이 있는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고서 ‘장차 크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군주는 반드시 함부로 부르지 못하는 신하가 있어서, 그와 상의할 일이 있으면 군주가 그를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역사상에서 보면 은나라 湯王(탕왕)이 伊尹에 대해서, 또 전국시대 제나라 桓公(환공)이 管仲에 대해서 취한 태도가 바로 그러했다. 하지만 탕왕은 仁義의 왕도정치를 이루고 환공은 (패,백)業(패업)을 이루었으므로, 그 둘을 같은 수준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맹자는 자신은 결코 管仲과 같은 인물이 아니므로 더욱 제후가 함부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湯之於伊尹은 탕왕이 이윤에 대해서, 곧 이윤에 대한 탕왕의 관계에서란 말이다. 桓公之於管仲은 환공이 관중에 대해서, 곧 관중에 대한 환공의 관계에서란 말이다. 不敢召는 탕왕은 이윤을 감히 부르지 못했고 환공은 관중을 감히 부르지 못했다는 말을 압축해서 표현한 것이다. ‘A 且猶∼ 而況 B’는 ‘A도 ∼하거늘 하물며 B의 경우에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라고 강조하는 표현이다. 不爲管仲者는 ‘관중이지 않은 사람’으로, 맹자가 자신은 관중처럼 패업을 돕는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한 말이다. 맹자가 패업을 도운 관중을 낮춰본 사실에 대해서는 앞서 ‘公孫丑(공손추)·상’ 제1장에서 살펴본 바 있다.

이 ‘公孫丑·하’ 제2장을 읽으면서 우리는, 존엄한 개인으로서 以吾仁(이오인)과 以吾義(이오의)의 태도를 지킬 것을 다짐하게 된다. 만일 지도자라면, 장차 훌륭한 일을 실행하기 위해 所不召(소불소) 所受敎(소수교)의 인물을 가까이 둘 것을 생각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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