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94>人役而恥爲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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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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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맹자는 ‘논어’ ‘里仁(이인)’편에서 공자가 ‘자처할 바를 고르면서 仁에 처하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라고 했던 말을 인용하고, 仁은 天之尊爵(천지존작·하늘이 내려준 높은 작위)이자 人之安宅(인지안택·사람이 거처하기에 편안한 집)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사람들 가운데는 남이 막지 않는데도 仁을 행하지 않아서 지혜롭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해서 禮(예)도 지키지 않고 義(의)를 행하지도 않는 자가 있다. 맹자는 그런 사람들을 人役(인역·남의 부림을 받는 자)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사람이라도 자신이 남의 부림을 받는 자로 전락해 있다는 것을 알면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겠지만, 그 상황을 돌이키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맹자는 그 어려움을, 활 만드는 사람이면서 활 만들기를 부끄러워하고 화살 만드는 사람이면서 화살 만들기를 부끄러워하는 것에 견주었다.

人役이라는 명사 뒤의 而∼는 ‘어떠어떠한 존재이면서 ∼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弓人而와 矢人而도 각각 ‘弓人(궁인·활 만드는 사람)이면서’와 ‘矢人(시인·화살 만드는 사람)이면서’라는 뜻이다. 恥爲役은 부림당하는 일을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뜻이다. 爲는 어떠어떠한 일을 한다는 말이다. 爲弓은 활을 만듦, 爲矢는 화살을 만듦이다. 由는 같을 猶(유)와 통한다.

맹자는 행동준칙을 신중하게 仁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해, 갑옷 만드는 사람과 화살 만드는 사람,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무당과 관 만드는 목수를 각각 대비시켜 기술을 선택할 때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갑옷 만드는 사람과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무당은 인간이 본래 지닌 어진 마음과 기술의 用處(용처)가 일치하는 경우를 비유하고, 화살 만드는 사람과 관 만드는 목수는 어진 마음과 用處가 모순되는 경우를 비유한다. 여기서는 화살 만드는 사람과 같은 부류로서 활 만드는 사람을 더 들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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