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76>市에 廛而不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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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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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 제5장에서 맹자는 仁政(인정), 곧 王道政治(왕도정치)의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맹자는 우선 用人(용인·사람을 등용함)의 문제를 제기했고, 이어 상업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市는 市場(시장)이다. 廛而不征은 점포세는 받지만 물품세는 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廛은 곧 店鋪(점포)이다. 征은 세금을 걷는다는 말인데, 여기서는 물품세를 걷는 것을 뜻한다. 부정사 不은 ‘ㅈ’ 발음의 앞에 쓰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그 다음의 동사와 관용적인 어휘를 이루지 않으므로 ‘불’이라고 발음한다. 뒤의 不도 같다. 法而不廛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여기서는 주희(주자)의 설을 따라 시장을 감독하는 법령을 정해서 시장을 감독하지만 점포세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물품세도 받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았다. ‘天下之商, 皆悅而願藏於其市矣’는 지난 호의 ‘天下之士, 皆悅而願立於其朝矣’와 짜임이 같다. 藏은 갈무리한다는 말로, 판매를 위해 상품을 시장의 상점에 쌓아둔다는 뜻이다.

유학자들도 상업이 인간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맹자는 특히 당시의 제후들이 상인들에게 각종 稅金(세금)을 과다하게 賦課(부과)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면서 민간의 건전한 상업 활동을 보호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조선 중기의 許筠(허균)은 ‘豪民論(호민론)’에서, 고려시대에는 백성에게 賦稅(부세·세금을 부과함)하는 것이 한도가 있었고 山林(산림)과 川澤(천택)의 이익도 백성들과 함께 나눠 가졌으며 상업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게 하고 기술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했지만 조선시대에는 가난한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마구 거두어들일 뿐 아니라 세금의 대부분이 간사스러운 私人(사인·사사로운 개인)에게 흩어져 버린다고 통분했다.

현대사회의 收稅(수세) 제도는 근대 이전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금이 간사스러운 私人에게 흩어져 버리지 않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古今(고금)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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