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70>詩云 태天之未陰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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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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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군주가 仁政(인정, 어진 정치)을 행하지 않으면 그 군주와 그 나라는 恥辱(치욕)을 보게 되리라 경고하고, 치욕을 싫어하면서도 어질지 못함에 처한다면 이것은 마치 눅눅한 것을 싫어하면서도 낮은 곳에 처함과 같다고 지적했다. 맹자는 用人(용인)을 잘하고 정치와 형벌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해서, “어진 이가 지위에 있고 재능 있는 자가 직책에 있어서, 국가가 한가하거든 이때에 미쳐서 정치와 형벌을 밝힌다면 비록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그 군주와 나라를 두려워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고서 위와 같이 ‘시경’ 빈風(빈풍) ‘치효(치효, 수리부엉이)’편의 구절을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부연했다.

맹자가 인용한 ‘치효’편은 주나라의 禮樂(예악)을 정비한 周公(주공)이 지었다고 전한다. 예악은 말하자면 정치사회의 기반을 가리킨다. 주공은 새가 둥지를 치밀하게 함을 비유로 삼아서, 군주가 나라를 다스릴 때도 혹 닥쳐올지 모르는 禍(화)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태는 ‘∼한 시기에 맞춰’라는 뜻을 나타낸다. 陰雨는 오랫동안 음산하게 내리는 비로, 흔히 장맛비를 가리킨다. 徹은 取(취)한다는 뜻이다. 桑土는 뽕나무 뿌리의 껍질로, 이때의 土는 杜(두)와 같다. 綢繆는 칭칭 감는다는 말로, 여기서는 둥지를 수리하는 일을 가리킨다. 유戶는 창과 입구이다. 此下民은 새의 관점에서 하는 말로, 그 새가 둥지를 수리하고 있는 나무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或敢侮予는 ‘혹시라도 감히 나를 모욕하겠는가?’로, 감히 나를 모욕할 자가 없으리라는 뜻을 나타내는 反語法(반어법)이다.

綢繆유戶는 지도층이 深謀遠慮(심모원려, 깊은 꾀와 미래를 내다보는 생각)를 해야 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지도층이 구성원 대다수가 행복하게 생활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이 어찌 그들을 욕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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