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13>公孫丑問曰 夫子當路於齊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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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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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는 맹자의 제자로, 齊(제)나라 사람이다. 그는 스승께서 만일 제나라에서 정치를 담당한다면, 저 춘추시대의 管仲(관중)과 晏子(안자)가 제나라 재상으로 있으면서 제나라로 하여금 (패,백)業(패업·제후의 으뜸이 되는 사업)을 이루게 만들었듯이, 당시의 제나라로 하여금 강대국으로 만들 수가 있겠느냐고 여쭈었다. 맹자의 제자들은 역사적 사실이나 정치적 상황을 거론하면서 맹자에게 명쾌한 대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萬章(만장)과 공손추는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 장은 ‘맹자’ 7편 가운데 ‘공손추’편의 맨 처음이다. ‘공손추가 물었다’는 말로 시작하므로 ‘공손추’편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맹자’ 7편은 각각 상과 하의 둘로 나누어지는데, 이 장은 ‘공손추’편 상권의 처음에 놓여 있다. 곧, 이 장은 ‘공손추·상’의 첫 장이다.

夫子는 선생이란 말로, 여기서는 맹자를 가리키는 2인칭이다. 當路는 要路(요로)를 담당한다는 뜻으로, 일국의 정치를 좌우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적 실권을 지닌 사람을 當路者(당로자)라 한다. 管仲(관중)은 이름이 夷吾(이오)로, 제나라 桓公(환공)으로 하여금 제후들 사이에서 패권을 잡게 만들었다. 晏子(안자)는 晏平仲(안평중)인데, 靈公(영공) 莊公(장공) 景公(경공)을 차례로 섬기면서 節儉(절검)과 力行(역행)으로 국력을 배양했다. 안자는 관중보다 100년 뒤의 인물이다. 許는 豫期(예기)한다, 期待(기대)한다는 뜻이다. 옛날 주석가는 許를 일으킬 興의 뜻으로 보았으나, 따르지 않는다.

제나라는 춘추시대 五覇(오패)이자 전국시대 七雄(칠웅)의 하나로, 진나라에 의해 멸망당하기 이전까지는, 바다와 접한 이점을 살려 상업을 발달시키는 등 약 825년간 번영했다. 지금의 山東(산둥) 성 廣饒(광라오) 현에 있던 수도 臨淄(임치)는 문물이 발달한 대도시였다고 한다. 제나라 사람인 공손추로서는 자국의 번영을 자부하고 또 스승 맹자가 자국을 더욱 발전시켜 주길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일국을 번영시키는 문제보다 더 큰 이상을 지니고 있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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