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78>左右皆曰可殺이라도 勿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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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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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用人을 신중히 하라고 권했다. 먼저 맹자는 國人이 모두 어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 해도 군주가 스스로 살펴서 그가 참으로 어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 그를 등용하라고 했고, 다음으로는 國人이 모두 불가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라 해도 반드시 군주가 스스로 살펴서 그가 정말로 불가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 그를 버리라고 했다. 그리고 맹자는 비단 인재를 등용하고 물리치는 데 이러한 방법을 쓸 뿐 아니라 형벌을 적용하여 죄 있는 신하를 죽여야만 할 때도 이런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다시 지난 호의 문장과 짝을 이룬다. 즉, 不可에 대해서는 可殺이란 말을 바꾸어 썼다. 이때의 可殺은 죽일 만하다고 판단하는 말이다. 또 앞서 ‘등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未可라 한 것에 대해서는 ‘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의 勿聽이란 말을 썼다. 見可殺焉은 그 사람에게서 可殺의 점을 본다는 말이다. 焉이 지시사와 종결사의 결합인 것은 見賢焉이나 見不可焉의 예와 같다. 國人殺之란 왕이나 제후, 관리가 죽인 것이 아니라 나라 사람 모두가 죽였다는 말로 그 처형을 정당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맹자는 이 ‘양혜왕·하’ 제7장에서 左右皆曰賢∼, 左右皆曰不可∼, 左右皆曰可殺∼의 세 문장을 나란히 두었다. 같은 어구를 세 번 반복하는 것은 구비문학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한문고전의 문장에서도 그러한 표현법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맹자는 신하의 처형이 군주나 관리의 邪曲(사곡)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오늘날에는 사법권이 독립되어 있고, 사법기관에서는 처벌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심리와 판결, 형 집행의 절차와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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