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24>子夏曰, 仕而優則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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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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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子張’의 제13장에서 子夏는 벼슬과 배움의 보완에 대해 논했다. 仕는 정치를 담당하는 지위에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優는 餘力(여력)이 있음을 뜻한다. 근대 이전의 지식인은 학문을 하여 벼슬에 나아가 지금까지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춘추시대에도 벌써 많은 사람이 권세에만 집착하여 요직에 나간 뒤에는 학문을 잊고 말았던 듯하다. 그렇기에 자하는 벼슬하는 여가에 배우라고 권했다. 한편 학문하는 사람도 성급하게 벼슬에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자하는 학문을 충분히 익혀 여력이 있으면 비로소 벼슬에 나아가 학문의 내용을 실천하라고 권했다. 자하의 말을 줄여서 學優仕優(학우사우)의 가르침이라고 한다.

이황은 기대승에게 서찰을 보내 出處(출처)에 관해 조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學優仕優의 가르침을 처신의 절도로 삼아 올바른 의리를 정밀히 살피십시오. 출세하여 벼슬할 때는 국사를 걱정하는 이외에 한 걸음 물러서고 한 계단 낮추어 학문에 전념하여, 내 공부가 지극하지 못한데 어떻게 經國濟世(경국제세)의 책임을 맡겠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며, 시대와 맞지 않을 때는 외부의 일에 상관하지 말고 閑職(한직)을 청하거나 물러나길 도모해서 학문에 전념하여, 내 공부가 지극하지 못하니 마음을 가라앉혀 몸을 닦고 공부를 진전시키는 것을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조정에서 받는 작위를 人爵(인작)이라 하는 데 비해 人義忠信(인의충신)의 덕목 때문에 남의 존경을 받는 것을 天爵(천작)이라고 한다. 孟子는 당시 사람들이 일단 인작을 얻고 나서는 천작을 내버린다고 탄식했다. 李植의 말이 통렬하다. 지금 사람들은 공부하지도 않고 벼슬길에 들어서니 벼슬하면서 공부하는 일을 어찌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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