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67>家 庭(가정)

  • 입력 2003년 5월 8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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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 庭(가정)

家- 집 가 庭-뜰 정 園-정원 원

居-살 거緣-인연 연 齊-가지런할 제

漢字의 뜻은 部首(부수·일명 邊)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漢字에서 ‘지붕’을 뜻하는 部首로는 면(면)과 엄(엄)이 있다. 두 글자는 약간 차이가 있는데 ‘면’이 용마루가 빨랫줄처럼 뻗어있고 그 양쪽으로 지붕이 축 늘어져 있는 잘 사는 집의 지붕 모습이라면, ‘엄’은 그저 이엉을 엮어 올린 평범한 초가집의 지붕과 한쪽 벽면을 옆에서 본 모습이다. 어쨌든 이들로 이루어진 글자는 모두 ‘집’과 관계가 있다(宅. 安. 室. 店. 庫. 府. 廳 등).

家는 집(면) 밑에 돼지(豕)가 있는 모습으로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돼지와 함께 한 집에서 살았음을 의미한다. 지금도 동남아시아나 아마존 강과 같은 오지에서는 사람과 가축이 한 지붕 밑에 사는 원주민들을 볼 수 있다.

따라서 家는 ‘집’을 뜻하게 되었다. 家計(가계), 家族(가족), 家訓(가훈), 農家(농가), 媤家(시가), 宗家(종가)가 있다.

庭은 엄과 廷(조정 정)의 결합이다. 옛날 왕이 국사를 의논할 때 먼저 文武百官(문무백관)을 모아 의견을 들었는데 그것이 朝會(조회)다. 朝會는 많은 신하가 모였으므로 궁중의 넓은 마당에서 거행되곤 했는데 그것이 朝廷(조정)이었다. 그러니까 廷은 왕이 文武百官을 모아 정치를 논했던 왕궁의 넓은 마당을 뜻한다. 여기에 집을 뜻하는 엄이 있으므로 집이 딸린 마당, 곧 ‘뜰’이 되겠다. 庭園(정원), 庭訓(정훈)이 있다.

家庭은 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을 의미한다. 그러나 家庭의 機能(기능)은 居住空間(거주공간)에만 局限(국한)되지 않고 養育(양육)과 人倫(인륜), 敎育(교육), 그리고 文化(문화)가 출발하는 初級團體(초급단체)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예로부터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血緣關係(혈연관계)를 중시했기 때문에 그 기초가 되는 家庭의 존재는 무척 중시되었다. 곧 가족간의 和睦(화목)을 위해 父母(부모)에 대한 孝道(효도)와 형제간의 友愛(우애)가 강조되었으며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개인의 修養(수양)이 강조되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에서 보듯 家庭의 근본은 修身에 있고 나라의 근본은 家庭에 있으니 예로부터 ‘國之本在家’(국지본재가·나라의 근본은 家庭에 있음)라고 했다. 굳이 옛날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家庭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5월은 ‘家庭의 달’이다. 그 家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때이기도 하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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