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謹 賀 新 年(근하신년)

  • 입력 2003년 1월 2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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謹-삼갈 근 饑-굶주릴 기 轉-구를 전

借-비릴 차 箭-화살 전 滿-가득찰 만

한자 중에는 미관을 위해 다이어트를 한 것도 많다. 謹 속의 ¤(근)은 黃과 土가 결합한 뒤 살짝 다이어트한 글자다. 따라서 뜻은 ‘황토흙’이다. 그러나 보통의 황토흙이 아니라 워낙 고와 옛날 중국에서 饑饉(기근)의 대용식품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다. 그래서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으므로 ¤자가 들어간 한자들은 모두 ‘조심’, ‘정성’의 뜻을 가지고 있다. 곧 謹은 말(言)을 하는 데 신중(¤)해야 함을 뜻한다. 말은 禍福(화복)의 근원이 아닌가. 여기에서 謹은 ‘삼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편 賀는 慶事(경사)에 축의금(貝)을 준다(加)는 뜻으로 ‘축하하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新은 서 있는(立) 나무(木)를 도끼(斤)로 찍어내는 모습으로 본디 뜻은 ‘땔감을 하다’였다. 그것이 후에 ‘새롭다’는 뜻으로 轉用(전용)되어 널리 사용되었으므로 새로운 글자 ‘薪’자를 다시 만들어 ‘땔감을 하다’는 뜻을 담아두었다. 소위 假借(가차)인 셈이다. 이미 여러 번 설명한 것처럼 한자에서 이런 경우는 많다.

마지막으로 ‘年’을 보자. 甲骨文(갑골문)에는 잘 익어 고개를 숙인 벼를 낫으로 베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학자는 볏단을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벼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年’의 본 뜻을 찾아보면 ‘穀熟也’(곡숙야)로 되어 있다. ‘곡식이 익다’는 뜻이다. 농경민족, 그것도 쌀을 주식으로 했던 만큼 벼가 모든 곡식의 대표였던 것이다. 그리고 벼는 일년에 한 번 익으므로 年은 한 해, 즉 ‘일년’을 뜻하게 되었다.

‘謹賀新年’이라면 ‘삼가 새해를 축하드립니다’는 뜻이다. 매년 年末年始(연말연시)면 주고받는 德談(덕담)이다.

‘光陰似箭’(광음사전·세월은 화살처럼 빠르다)이라고 했던가. 또 한 해가 지났다. 매년 이맘때면 아쉬움과 함께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지만 지난해도 ‘多事多難’(다사다난)이라는 표현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사상 類例(유례)를 찾을 수 없는 물난리에 각종 사고도 많았다. 하지만 월드컵과 같은 민족의 대 잔치도 있었으니 2002년은 喜悲(희비)가 함께 했던 한 해였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2003년은 오로지 기쁨으로 充滿(충만)된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독자 여러분의 댁에도 萬福(만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謹賀新年, 萬事如意(만사여의)!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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