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부채에 담은 詩와 그림의 향기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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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미 作‘논개’
정종미 作‘논개’
우리 고유의 부채 및 부채그림의 문화상품화와 세계화에 앞장서 온 한국문화예술센터(관장 이일영)가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전관에서 ‘부채에 담은 한국의 명시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1년여간의 기획기간을 거쳐 마련됐다. 우리 문학사에 남을 시인들의 작품을 선정한 뒤 시의 색깔과 회화적 감성이 어울리는 다양한 연령대의 화가 177명을 골라 부채그림을 의뢰한 것.

나무의 생명 의지를 노래한 정현종 시인의 시 ‘나무의 꿈’이 나뭇결에 밴 자연의 정신을 그려 온 김덕용 씨의 부채그림으로 다시 탄생해 생명의 아름다운 울림을 전한다. 일랑 이종상 화백은 김후란 시인의 시 ‘독도는 깨어있다’를 그림으로 옮겨 민족 자존을 일깨운다. 한국화가 정종미 씨는 변영로의 시 ‘논개’에 푸른 기개가 살아 숨쉬는 듯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서양화가 한운성 씨는 유채로 정지용 시인의 ‘석류’를 캔버스 위로 옮겨 놓았으며, 원로 한국화가 이인실 씨는 이병기 시인의 ‘난초’를 통해 동양 선비정신의 고결한 향기를 되살리고 있다.

여운 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은 신경림 시인의 ‘농무’, 사석원 씨는 백석의 ‘흰밤’을, 이철주 중앙대 교수는 박두진 시인의 ‘해’를, 박인현 씨는 함민복 시인의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를, 김홍자 씨는 장석남 시인의 ‘수묵(水墨)정원 8-대숲’을 선택해 우리의 정신성과 서정성을 부채그림으로 표현했다.

특별전으로 열리는 ‘짧은 삶을 시로 남긴 시인들’전에서는 민족의 저항시인 윤동주의 ‘참회록’을 그림으로 승화한 류하완 씨의 작품, 80년대 군사정권 당시 필화사건에 연루돼 모진 고문을 겪고 세상을 떠난 박정만 시인의 ‘종시’를 형상화한 정선진 씨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관장은 “고고한 선비정신으로 부채에 시와 그림을 담아 안부를 전하던 우리 조상들의 오랜 전통에 담긴 정신은 맑고 아름다운 부채바람으로 그릇된 마음을 털어 내고 아픈 눈빛을 씻어 내려는 지혜를 담고 있다”며 “움직이는 미술관으로 평가받는 부채그림을 일구어 온 조상의 지혜를 되새기고 선조들의 아름다운 미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7월 독일에서도 한국여성작가 부채그림전을 선보인 이 관장은 독일월드컵이 열리는 내년에 다시 독일에서 부채그림을 갖고 우리의 멋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02-725-9467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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