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지구기행]훗카이도 겨울축제 流氷관광

  • 입력 2003년 2월 12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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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까지 온통 하얗게 북방에서 떠내려온 유효(流氷)로 뒤덮여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일본 홋카이도 동북방 오호츠크해의 고요한 바다. 관광객을 태운 유효쇄빙선 가린코가 선두 밑에 장착한 대형 스크류로 얼음을 깨며 항진하고 있다. 조성하기자
수평선까지 온통 하얗게 북방에서 떠내려온 유효(流氷)로 뒤덮여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일본 홋카이도 동북방 오호츠크해의 고요한 바다. 관광객을 태운 유효쇄빙선 가린코가 선두 밑에 장착한 대형 스크류로 얼음을 깨며 항진하고 있다. 조성하기자

《라면, 게, 옥수수, 아이스크림 그리고 맥주. 유키마쓰리(눈축제)의 고향 삿포로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의 맛이다. 삿포로는 일본을 구성하는 네 개의 큰 섬 중 가장 북쪽의 홋카이도(北海道) 중심지.삿포로 유키마쓰리가 열릴 즈음

북위 43∼45도 사이 홋카이도의 오흐츠크해 연안과 삿포로 주변에서는 다양한 마쓰리(축제)가 열린다.

땅 바다를 온통 뒤덮는 눈과 얼음위에서 펼치는 홋카이도의 겨울 축제. 자연이 선사한 홋카이도의 다섯 가지 맛과 어울려 독특한 북방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북위 44도 홋카이도 동북방 오호츠크해 연안의 아바시리 앞 바다. 바다는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채 고요하다. 그 얼음은 오호츠크해 북쪽에서 해류를 타고 떠내려온 ‘유효’(流氷). 아무르 강(흑룡강)하구의 염도 낮은 바닷물이 얼어붙은 것으로 홋카이도 오호츠크해의 명물이 된지 오래다.

순백의 유빙 바다에 검은 점 몇 개가 선명하다. 흰죽지참수리다. 부동자세로 물만 노려본다. 물고기 사냥중이다. 갈매기 떼는 가린코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깨진 얼음 사이로 드러난 수면에서 고기를 잡기 위해서다. 눈 밝은 한 사람이 소리쳤다. 유효 사이로 얼굴 내민 물개를 본 것. 유빙에 올라 먹이 풍부한 예까지 먼 여행을 온 놈이다. 생존을 향한 치열한 투쟁. 한겨울이면 유효로 뒤덮이는 북위 45도 근방의 몬베쓰 시 앞 오호츠크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아바시리와 몬베쓰는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109㎞). ‘오호츠크’라고 불리는 홋카이도 동북방 지역의 어촌인데 한 겨울 유효관광의 중심지다. 얼어붙는 바다에 떠있는 배는 유효 유람선뿐이다. 한겨울 내내 어선은 육지 신세를 진다. 한 때는 유효를 원망했다. 고기잡이를 할 수 없었으니.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유효로 뒤덮인 바다는 수온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아 풍부한 플랑크톤이 물고기를 불러모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다.

유효관광의 원조는 몬베쓰. 17년 전 선두에 스크류(소형 4개)를 장착한 쇄빙선 가린코Ⅰ이 효시다. 얼음바다를 뚫고 나가는 유람선 투어는 유효관광의 꽃. 그러나 두 곳의 배는 다르다. 아바시리의 오로라 호(2척)는 선체 그대로 돌진하며 유빙을 격파하는데 반해 몬베쓰의 가린코Ⅱ(1척)는 두 개의 대형 스크류로 얼음을 부수며 항진한다. 공통점도 있다. 유빙을 부술 때 전달되는 충격과 진동으로 영화 타이타닉의 사고장면을 생각나게 한다는 것. 그래서 일까. 연인들은 배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난간에 선 채 두 팔 벌린 여자를 뒤에서 붙드는 그 장면을.

흰죽지참수리가 얼음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물고 있다.

배 위에서 바라본 얼음 덮인 오호츠크해. 수평선을 찾을 수 없다. 찌 뿌린 하늘이나 유효로 뒤덮인 바다 모두 희뿌연 탓. 이런 무채(無彩)의 공간에 눈까지 내리면 ‘화이트 아웃’(White Out·하늘과 땅을 구별할 수 없어 공포를 느끼게 되는 상태)에 빠진다. 그래도 사람들은 즐겁다. 꿈속처럼 아름다운 순백의 세상에서 남극과 북극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얼음바다 크루즈를 즐기기 때문이다.

유효의 고장, 아바시리와 몬베쓰. 이 곳은 홋카이도 게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롱 다리의 퀸 크랩(대게), 털북숭이 게가니(털게), 괴물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몸집과 긴 다리의 킹 크랩 등등. 그래서 어느 식당에 가든 게 요리가 있다. 샤부샤부, 찜, 나베(전골), 사시미(회), 게살덮밥 등등…. 다양하기도 하다.

땅은 눈으로, 바다는 얼음으로 뒤덮인 한겨울의 아바시리와 몬베쓰. 유효 철(1월 중순∼3월 말)에만 일본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찾는 겨울여행의 명소다. 하나 우리에게는 전혀 생소하다. 숨겨진 비경이랄까. 누구든지 지금 가면 북방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오호츠크의 얼음바다를 누구보다 먼저 즐길 수 있다. 하얀 섬 홋카이도에서.

● 게요리 명가 ‘삿포로 가니이에’

일본어로 게는 ‘가니’. 삿포로 시내 스스키노의 ‘삿포로 가니이에’(札幌 かに家) 본점을 찾았다. 일본 게 요리의 명가 식당인 이곳. 두시간 동안 사시미(회) 덴푸라(튀김) 나베(전골) 등 다양한 게 요리가 나왔다. 1인당 1만2000엔(12만원). 대게 고장 홋카이도에서도 게는 결코 싸지 않다.

홋카이도 게 요리는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 왕돌잠(대표 남효수·사진·www.biocrab.co.kr)은 ‘한국의 가니이에’에 해당되는 ‘게 도락(道樂)’ 전문식당. 대 게 고장 영덕 출신으로 ‘게 박사’라고 불리는 대표 남씨는 음식연구소까지 두고 200여가지나 되는 게 요리를 개발해 선뵌다. 서울에 두 곳(스타타워 점 2112-2932·논현 점 3444-3334). 이 있다. 점심은 2∼5만원, 코스(저녁)도 5∼10만원 수준.

●훗카이도 눈축제'유키마쓰리'

오전 10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기가 홋카이도의 신지토세 공항에 내린 것은 세 시간만. 하얗게 눈덮인 대지를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이날(6일)은 삿포로 유키마쓰리(雪祝祭) 등 홋카이도 전역의 눈과 얼음축제가 시작된 날. 그래서 공항은 붐볐다. 일본인 사이로 타이페이와 홍콩의 중국인도 가끔 눈에 띄었다.

가스등 불빛이 아름다운 오타루의 운하 주변 풍경. 겨울축제 유키아카리를 맞아 물 위에는 촛불 밝인 유리공 500여개를 띄우고 수변 산책로의 눈더미는 수 천개의 촛불로 장식했다. 조성하기자

삿포로로 가던 도중 시코쓰코(湖)에 잠시 들렀다. 효오도오(氷濤) 마쓰리가 한창이었다. 둘레가 마라톤코스와 비슷(42㎞)한 호수 주변은 온통 눈밭. 호숫가의 눈 광장에 얼음천국이 펼쳐졌다. 초대형 얼음성과 얼음미끄럼틀, 이글루 얼음조각 등등. 수 십개나 됐다.

눈덮인 도로를 달려 찾아간 삿포로. 유키마쓰리는 올해도 삿포로 중앙의 오도리 공원에서 열렸다. 길 한복판으로 수백m 이어진 공원은 눈 조각 수백 개로 꽉 찼다. 올해 정 중앙의 초대형 조각은 베이징의 자금성. 정교한 조각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근 눈조각 추이는 애니메이션과 전자오락 캐릭터가 자주 소재로 등장하는 것. 월트디즈니의 최근 개봉작 ‘릴로와 스티치’도 선뵀다. 유키마쓰리의 눈 조각 감상은 낮 보다는 밤이 좋다. 조명에 물든 눈 조각은 낮과 달리 환상적으로 바뀐다. 점등은 밤 10시까지.

유키마쓰리는 올해로 54주년을 맞았다. 장소는 두 곳. 오도리 공원과 외곽 마코마나이(자위대 11사단 연병장)다. 자위대는 유키마쓰리의 절대적인 도우미. 릴로와 스티치 같은 대형 눈 조각 하나에만도 트럭 840대 분의 눈과 연인원 1636명이 투입되는데 이런 모든 수고를 자위대가 맡고 있다.

유키마쓰리가 열리는 삿포로에는 늘 함께 열리는 축제가 있다. 도심 유흥가인 스스키노의 얼음축제다. 양편에 줄지은 식당과 술집의 거리 한가운데로 얼음조각이 세 블록이나 일렬로 놓인다. 한밤 스스키노의 네온사인과 주점 불빛은 얼음조각을 물들이고 유키마쓰리를 보러 삿포로를 찾은 여행자는 불빛 물든 얼음조각에 취해 밤거리를 쏘다닌다. 그러다 출출하면 찾아 가는 곳, 라면집. 비껴 가기도 쉽지 않을 만큼 좁은 스스키노 라멘 골목은 늘 붐빈다. 골목에 줄지어 선 채로 삼십분을 기다려야 들어 갈 수 있었다.

일본영화 ‘편지’, 조성모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진 오타루. 삿포로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의 자그만 항구도시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처럼 항구의 통조림공장과 창고를 리노베이션해 운치있는 관광지로 탈바꿈한 이 곳. 그 심볼은 가스등으로 장식 된 시내의 운하다.

유키마쓰리 시즌에는 오타루에서도 눈축제가 열린다. 눈과 빛의 어울림이 환상적인 ‘유키 아카리’다. 촛불 밝혀 수면에 띄운 유리 공 500여 개, 그 옆 산책로 눈밭을 촛불로 장식한 한 밤의 오타루 운하는 그 자체가 설치작품이다. 또 눈 쌓인 메이지 시대의 긴 골목은 파낸 눈 속에서 타오르는 촛불 수 천 개로 아름답게 장식된다.

유효축제가 펼쳐지는 오호츠크의 아바시리와 몬베쓰도 눈 조각과 얼음조각이 축제광장을 메운다. 삿포로 보다 위도가 높은지라 이 곳 호수는 꽁꽁 얼어붙은 채로 흰 눈에 덮인다. 아바시리 호수를 스노모빌로 달리기도 하고 타고 스노더키(스노모빌이 끄는 래프팅 보트 타기)로 미끄럼도 탄다. 눈길로 달리는 ATV(4륜구동 오토바이)도 있다. 빙어낚시 텐트의 불빛으로 수놓인 한 밤 눈덮인 호수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홋카이도 자유여행 상품

왕복항공권(대한항공 직항 편)과 호텔 숙박권(오타루 2박·삿포로 1박/조식 포함)만 포함된 3박4일 일정. 69만9000원. 추천 코스는 오타루∼삿포로∼노보리베쓰(지옥곡 온천). JR철도패스(3일권)는 별매(1만4000엔). 최신판 홋카이도 여행가이드북(여행전문지 ABROAD 발행) 제공. ㈜여행박사(www.tourbaksa.co.kr) 02-730-6166

훗카이도 겨울축제 정보
겨울 축제 장 소기간관련 홈페이지
유키 마쓰리 삿포로2월 5∼11일www.global.city.sapporo.jp/(영어)ww.welcome.city.sapporo.jp/(한글)
스스키노 얼음축제
시코쓰코(湖)효오도오(氷濤) 지토세1월 25일∼2월16일
유키 아카리 오타루2월 7∼16일www.otaru.gr.jp/(일본어)
오호츠크 유효 아바시리2월 8∼11일www2.ohotuku26.or.jp/tabinavi/(일본어)
유효 마쓰리 몬베쓰www1.ocn.ne.jp/∼monkan/(일본어)
※여행정보=①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www.kitatohoku3ken-hokkaido.or.kr) 02-771-6191 ②일본국제관광진흥회=www.jnto.go.jp

홋카이도(일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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