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지구기행] 필리핀 팔라완의 '클럽 파라다이스'

  • 입력 2003년 2월 5일 19시 02분


코멘트
《사라진 낙원(Paradise). 그래서 밀턴은 ‘실락원’(失樂園·Lost Paradise)이라는 장편 시를 지어 아쉬움을 달랬고 일본 막부시대의 오카야마 번주 이케다 쓰나마사는 아름다운 정원을 짓고는 고라쿠엔(後樂園·After Paradise)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금세기 낙원은 과거처럼 회한의 여울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나와 자연이 하나 되어 평화를 얻는 곳, 거기가 곧 파라다이스다. 7107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그 중 디마키야섬(팔라완)에 있는 리조트 ‘클럽 파라다이스’도 그런 낙원 가운데 하나. 이 리조트를 찾아 칼라미안 제도로 여행을 떠난다.》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 보이는 것은 바다와 하늘 뿐. 일상의 바퀴가 멈추니 시간 흐름도 무뎌진다. 생각도 갈피를 잃고 반응의 속도도 늦다. 찰나의 침묵, 순간의 침잠도 못 견디던 도시인의 팍팍한 성 마름도 자연에서는 사라진다. 그런 탓일까. 갑자기 힘이 빠지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클럽 파라다이스가 있는 디마키야 섬의 비치(비밀스런 해변)에서 맞은 오후의 풍경이다.

해안선이라고 해야 고작 700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5만7000평) 디마키야. 그러나 멀리 수면 위로는 무척 커 보인다. 하얀 산호모래가 햇빛에 반사된 탓. 부수앙가 섬을 떠난 지 45분. 소금쟁이처럼 대나무 받침을 선체 양편에 받친 방카(필리핀 전통목선)는 에머랄드 빛 바닷물로 둘러싸인 디마키야 섬 해변에 닿았다.

화이트비치 외에는 온통 초록빛 숲으로 뒤덮인 이 섬. 낮은 가지 드리워진 모래밭, 팜트리(야자수) 그늘 아래 오수를 즐기는 휴양객이 보인다. 노란색 셔츠차림의 리조트직원 여남은 명이 해변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손님을 맞는다. 기타반주에 맞춰 부르는 흥겨운 노래. 그 소리에 낙원 섬 오후의 정적이 깨진다. 차가운 물수건, 달콤 시원한 망고바나나 주스, 천사의 미소를 간직한 팔라완 원주민 직원들. 낙원 실감 첫 단계는 이렇듯 상큼했다.

디마키야에서는 클럽 파라다이스가 유일한 거주시설. 독점 리조트 섬이다. 전화는 물론 객실에 TV도 없다. 방카 만이 외부와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 고립무원. 21세기 낙원의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래도 부족한 것은 없다. 낯 모르는 손님(주로 유럽인)과 직원도 모두 한 식구처럼 친근해진다. 사람 좋은 리조트 주인 요르크 방카(독일인)는 그저 옆집 아저씨 같다. 사업차 한국에도 몇 년 살았던 그인지라 한국인을 대함은 특별하다.

파라다이스섬 디마키야의 보물은 밀가루처럼 보드라운 하얀 산호모래 비치. 이른 아침 선라이즈 비치의 해맞이산보, 해질 녘 선셋 비치의 노을 감상, 한 낮 시크릿(Scret) 비치의 오수. 그 앞에 자리잡은 필리핀 전통양식의 코티지(객실)는 아늑하다. 키 높은 대나무 지붕 아래 티크 나무바닥의 실내는 시원하다.

마라카반 베이리조트에서 즐기는 세일보트

클럽 파라다이스의 고객은 주로 유럽인. 초행보다는 다시 찾는 이가 많다. 한 일본인 변호사는 8번째, 최고는 30회. 이유가 있을 법했다. 해답은 스킨스쿠버 다이빙에서 얻을 수 있다. 해변에서 걸어 들어간 물 속. 불과 10m 앞에 수심 15m의 환상적인 신세계가 숨겨져 있다.수 천 마리 물고기 떼, 지느러미가 사자 갈기를 닮은 라이온피시, 모래바닥에 몸을 숨기는 가오리, 손을 대자 커다란 입을 다무는 자이언트조개 등등.

이 멋진 해저세계가 사람들을 클럽 파라다이스로 끌어당긴다. 수심 40m까지 절벽을 타고 내려가는 월 다이빙, 2차 대전 중 침몰된 일본군함으로의 다이빙, 지구상에 몇 마리 남지 않은 희귀종인 듀공(돌고래처럼 생긴 바다 포유동물)관찰 다이빙 등. 다이빙 포인트는 화려하기만 하다. 리조트 소속의 전문 다이버 4명이 매일 투숙객을 안내한다(다이빙 일체 무료).

클럽 파라다이스에서는 저녁식사도 특별하다. 산들바람이 귓불을 간질이는 야외레스토랑에서는 동서양 음식이 뷔페 상에 차려진다. 타고난 노래꾼인 필리핀 사람의 재능은 이 밤 열대 섬의 디너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든다. 통기타 반주의 노래. 동서양과 과거현재가 없다. 카펜터스(70년대 미국혼성듀엣)의 ‘잠발라야’부터 프레디 아귈라(필리핀 국민가수)의 ‘아낙’까지. 주방장 매니저도 나와 부른다. 가수 못지 않은 실력이 놀랍다. 식후 해변엔 모닥불을 피운다. 둘러앉아 맥주 홀짝이며 파도소리 반주 삼아 부르는 노래도 클럽 파라다이스의 낙원체험에 빼놓을 수 없다.

팔라완부수앙가(필리핀)=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클럽파라다이스 해변의 로만틱디너.

●여행정보

①찾아가기=17인 승 프로펠러 경비행기(마닐라공항↔부수앙가 섬 YKR공항)로 한시간, 지프니(지프형 개조차·YKR공항↔데칼라카오 마을 선착장)로 20분, 방카 선(선착장↔클럽 파라다이스)으로 45분 소요.

②클럽 파라다이스=코티지(객실·60개), 식당, 바, 야외 풀, 다이빙 숍. 해양레포츠는 방카선으로 20분 거리의 마리카반베이 리조트에서 즐긴다. 근방(방카선 1시간 소요)에 얼룩말 기린 등 아프리카동물이 자연상태로 뛰노는 칼라윗 야생공원(C7면에 소개)이 있다.

●허니문 패키지

마닐라 관광(2박)을 포함,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2박하는 총 4박5일 일정. 139만원.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제공되는 모든 식사와 피크닉런치, 캔들라이트 디너(해변) 각 1회, 마리카반베이 리조트의 워터스포츠, 칼라윗섬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 스쿠버다이빙 및 수중카메라 촬영, 맛사지, 맥주 혹은 음료수(1인당 하루 2잔)가 포함돼 있다. 섬전문여행사 리조트라이프(www.resortlife.co.kr) 02-771-113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