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규교수 웃음의 인생학⑦]허풍웃음 몸도 웃네

  • 입력 2002년 10월 21일 17시 57분


그 동안 ‘쓴웃음’만 다루었다. 독자들께 죄송하다. 하지만 세상 민심을 비추어 볼 거울로 삼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랬으니 양해하시기 바란다.

이젠 허풍을 떠는 웃음으로 그 사이의 죄 갚음을 하고 싶다.

허풍 웃음은 뻔한 과장, 뻔한 거짓말로 남들 배꼽을 잡게 하는 웃음이다. 통쾌해서 간이 시원해지고 머리 골이 상큼해지는 그런 웃음이다.

스트레스 날리는데는 스카치 위스키 20년 짜리보다 더 효과적이다. 지극히 사교적인 웃음이기도 한 게 ‘허풍 웃음’이다. 몸에도 좋다. 기분 풀이에도 약발이 크다.

옛날 아주 옛날, 한 해 가뭄, 한 해 홍수, 몇 해를 두고 번갈아 천기가 야료를 부려댔다.

양어장 주인이 견딜 수가 없었다. 봄 날씨 되어 가는 꼴이 아무래도 또 가뭄이 심할 것 같았다. 그래서 붕어새끼들에게 ‘가뭄 견디는 훈련’을 시켰다.

첫날은 일분, 다음 날 1.5분, 다다음날 2분, 네 째 날은 2.5분….그런 식으로 맨 땅바닥에 내던져 놓았다.

아! 글쎄 그랬더니 말인데 이것들이 열흘쯤 지나자 온 땅바닥을 병아리들과 함께 종종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

어디 그 뿐인가? 가슴지느러미를 발 삼아서 토닥토닥 돌아치고 또 그 꼴로 땅바닥의 곡식낟알까지 쪼아먹으면서 말이다.

물먹는 꼴도 병아리 닮아서 한 모금 마시고는 하늘 한 번 쳐다보는 게 아닌가!

우선 주인이 놀랐다. 뜻밖의 성과였다. 그는 아주 좋아했다. 그 해 여름 붕어들은 땅바닥에서 잘 자랐다.

한데 말이다. 인생 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어째 큰물이 질 것 같았다. 그래도 주인은 태평 쳤다. 비야 쏟아지든, 홍수가 지든 내 붕어들이야 뭐!

한데 이게 웬 날 벼락!

며칠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양어장 풀에 물이 차고 사방 천지 홍수가 졌다.

병아리들이 죽어서 둥둥 물에 떠다녔다. 한데 그 무리 속에 붕어 무리도 섞여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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