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현장]경복궁

  • 입력 2002년 9월 10일 17시 17분


신영이가 엄마 백선경씨와 함께 경복궁 내 경회루를 둘러보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신영이가 엄마 백선경씨와 함께 경복궁 내 경회루를 둘러보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서울 경기초등학교 4학년 박신영양(10)은 엄마 백선경씨(37·용산구 동부이촌동)와 경복궁을 찾았다.

“엄마. 이쪽이 근정전인데 공사중이야. 지난번에 왔을 때는 근정전을 볼 수 있었는데….”

“엄마는 대학교 땐가 고등학교 땐가 와보고 처음이야. 신영이 덕에 여기까지 왔네.”

경복궁은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 방학 때 숙제를 위해 학생들이 즐겨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신영이는 방학 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동물원 캠프에 가느라 국내에서 체험학습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학기 중 엄마와 시간을 내 친구들이 가장 많이 갔다는 경복궁을 찾은 것.

경복궁은 조선 왕조를 상징하는 정궁(正宮). 여러 궁 중에서도 왕이 거처하며 나랏일을 돌보던 가장 큰 궁이다. 조선왕조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체험학습 공간인 셈이다.

세종로 끝지점인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부터 체험학습을 시작하자. 경복궁의 남문이자 정문. 옛 건물들의 현판은 대부분 한자로 씌어졌고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읽게 돼 있다. 그러나 광화문의 현판은 한글인데다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도록 돼 있다. 현판은 누가 썼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문 앞엔 해태상이 서 있다. 해태는 옳고 그름과 선악을 판단할 줄 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광화문을 들어서자 매표소와 홍례문이 보인다. 학생은 무료. 몇년 전까지 광화문과 근정전 사이에는 조선총독부 청사가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다가 광복 50주년을 맞아 철거됐다.

근정전은 경복궁의 으뜸 건물. 문무백관의 조회나 세자책봉과 같은 국가 의식을 치르고 외국 사신을 접견하던 곳이다. 태조 3년에 창건됐다.

근정전 앞에는 품계석이 서 있다. 신분에 따라 정해진 관리들의 자리. 문신은 왼쪽(동쪽) 무신은 오른쪽(서쪽)에 서 있었다. 여기에 누가 서 있었을까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많이 보던 건물인데….”

자료제공 문학동네

건물들을 지나 경회루에 들어서자 신영이가 반갑게 말한다. 만원짜리 지폐 뒷면에도 나와 있는 곳. 여기서 국가 행사 때 공식적인 연회를 베풀고 외국 사신들을 접대했다. 이젠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엄마 아빠, 데이트하는 언니 오빠,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온 손자손녀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이다.

수정전 주변은 깔끔한 잔디밭으로 보기만 해도 상쾌했다. 수정전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이었을까. 집현전은 세종대왕 때 한글창제와 관련된 업무를 보던 기관. 수정전은 집현전 건물 중 하나였을 거라고 추측된다. 수정전에는 굴뚝과 아궁이가 있는데도 바닥은 온돌이 아니고 마루가 깔려있다. 원래 온돌이었는데 1966년 수정전이 지금의 민속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민족관으로 이용되면서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마루를 깐 것이다.

신영이가 문화관광부 장관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굴뚝과 마루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온돌을 하거나 굴뚝을 더 멋있게 꾸몄겠지요.”

“엄마. 이 나무들은 얼마나 나이를 먹었을까? 지붕 위에 동물 상들이 서 있는데 조선시대에 살았던 것일까?”

장래 희망이 수의사이고 3학년 때 ‘요술쟁이 나비애벌레’란 동시집을 낼 정도로 자연에 관심이 많은 신영이를 위해 신영이 엄마는 역사체험학습이 아니라 자연체험학습을 하러 다시 와야 할 것 같았다. (도움말〓체험학습가이드 ‘경복궁이야기’)

▼체험학습 떠나기 전에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경복궁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본다. 경복궁을 소개한 인터넷사이트도 여럿. △문화재청(www.ocp.go.kr):초기화면에서 궁도우미를 선택 △우리궁궐 지킴이(www.palace.or.kr) △경복궁에서의 하루(myhome.naver.com/iskylove) 등. 많이 알려진 곳일수록 미리 자료를 읽어 계획을 짜고 현장을 살펴야 효과적인 체험학습이 된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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