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출판계 고질병 '책 사재기'

  • 입력 2001년 6월 17일 18시 46분


출판계의 사재기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

출판사들이 자기회사 책을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기 위해 대량으로 되사들이는 사재기는 출판계의 오래된 관행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수법도 교모해지고 부정적 파급효과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출판계 일각에서는 자성의 소리와 함께 사재기 근절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조작’하는 사재기는 기본적으로 독자를 속이는 사기라는 점에서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게 의식있는 출판계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형서점 베스트셀러는 군소서점들이 책을 주문할 때 ‘기준’으로 삼기도 하고 일반 독자들의 책 선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출판사 입장에서는 베스트셀러 상위 순위에 들어가면 책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출판사들이 아직도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목록 진입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재기는 특히 소설분야에서 가장 심하고 사재기를 하는 출판사들은 경쟁출판사 등에게 덜미를 잡히지 않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일반 고객을 가장해 하루에 십수권씩 사들이는 것은 고전적인 수법. 최근에는 아예 서점측과 짜고 책은 오가지 않은채 신용카드 결재 등을 통해 ‘위장 거래’를 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소문이 출판계에 돌고 있다. 그동안은 출판사들이 서점의 눈을 피해 사재기를 해왔다면 이제는 대형서점들이 사재기를 조장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은 일시적으로 매출 신장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독자들의 불신이 커져 결국 출판계 전체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책을 샀던 독자들이 함량미달인 책 내용에 실망하면 후속구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출판인회의 김언호 회장(한길사 대표)는 “출판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지식을 파는 일인데 사재기로 독자를 속이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된다”면서 “출판계 스스로 개혁과 정화를 통해 사재기 악습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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