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맹자가 살아있다면' 펴낸 조성기씨

  • 입력 2001년 5월 4일 19시 01분


◇'맹자'는 최고의 토론 교과서

실생활 덕목-대화법 담겼죠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가장 논쟁적이고 흥미로운 ‘맹자’가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중견 작가 조성기씨(50)가 10여 년 만에 손을 봐서 내놓은 ‘맹자가 살아있다면’(동아일보사·8500원). 맹자와 제자들이 나누었던 토론의 열기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유려한 문장으로 되살아났다.

조씨가 한문에 낯설어 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맹자’를 이야기 체로 번안한 이유는 ‘인류 최고의 토론학 교과서’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터넷 논쟁이든, 정치권의 당쟁이든, 가장 지성적이어야 할 학계이든, 제대로 된 토론문화가 없습니다. 대화의 철학과 기술, 예의가 없어 좌충우돌하기만 할 뿐이죠. 이런 현실에서 치열한 논쟁과 열린 대화를 통해 진리를 도출하는 ‘맹자’의 가치가 더욱 빛납니다.”

하지만 원전은 분량이 방대하고 행간을 읽기가 어려운 탓에 글 맛을 느끼려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번역서나 해설서가 아니라 한 편의 소설처럼 재구성한 것은 원전의 재미와 감동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고 싶어서죠. 특히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훈련의 교과서가 되길 기대합니다.”

실제 ‘맹자’는 조선조 때 정권에서 밀려나 귀양 가는 선비들이 보따리 속에 꼭 챙겨 넣는 필독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 십 번 읽으면서 정치 논쟁의 기술을 체득하기 위한 교본으로 삼았던 것이다.

조씨는 내용적으로도 ‘맹자’가 중국 고전 읽기의 첫 단추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공자 사상이 ‘논어’를 수원지 삼아 흐르기 시작했다면, ‘맹자’에 이르러 수많은 대화와 토론의 지류들이 모여 큰 강을 이루게 됩니다. ‘논어’가 도덕에 대한 글로 추상적이라면, ‘맹자’는 이를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하는가를 대화와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다른 고전처럼 이 책 곳곳에서도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꿰는 통찰력이 번뜩인다. ‘사람을 칼로 죽이는 것과 정치로 죽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殺人以刃無異殺人以政)’ ‘자신을 굽히는 사람으로서 능히 다른 사람을 곧게 편 자는 아직 한 사람도 없다(枉己者未有能直人者也)’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는 특히 ‘학문의 목적이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라는 맹자의 교육론에 주목해 주길 희망한다. 조기교육론 열풍이 한창인 요즘 ‘가르칠 때는 억지로 해서는 안 되며, 제 때에 내리는 비가 초목을 자라게 하듯이 자연스러워야 한다(如時雨化之者)’ 말의 울림이 크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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