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해방'인줄 알았더니…

  • 입력 2001년 7월 31일 18시 28분


아내가 미국으로 열흘간 출장간 김모씨(40·사업). 아내가 미국으로 떠나기 며칠 전부터 ‘음모’를 꿈꾸고 있었다. 아내의 간섭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행복감이 저절로 밀려왔다.

“여행을 가볼까, 골프를 실컷 칠까, 오랜만에 친구와 밤새도록 술을 마실까.”

그의 ‘잔머리’는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아내가 떠난 날 ‘머피의 법칙’이 시작됐다.

평소 골프장에 가자고 조르듯 연락하던 친구는 “가족들과 휴가 간다”면서 라운딩 제의를 매정하게 거절했다. 술친구는 하필이면 황금 같은 시기에 배탈이 났다. 홀로 여행갈 생각을 하니 처량한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김씨는 매일 집에서 ‘독수공방’하며 열흘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끼니도 라면으로 때웠다.

공항으로 아내를 마중 나간 김씨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매일 당신 생각만 나더라고…. 친구들이 술마시자고, 골프치자고 해도 거절했어. 당신이 없으니까 인생에 의미가 없더라고….”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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