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의 고향을 찾아서]③ 이세신궁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7시 29분


배타적인 국수주의적 신도(神道)의 탄생지라고 할 수 있는 이세신궁(伊勢神宮)에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온다.

배타적인 국수주의적 신도(神道)의 탄생지라고 할 수 있는 이세신궁(伊勢神宮)에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온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이세신궁(伊勢神宮)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과 나란히 손을 잡고 경건하게 정돈된 그곳에 찾아와 예를 올리고 자신의 소원을 빌었다.

일본 국학(國學)의 대표적 학자로 국수주의 입장에서 일본인의 전통 종교인 신도(神道)를 정립시킨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1730∼1801)가 어린 시절부터 찾아와 참배했다는 이 이세신궁에는 일본의 시조신인 아마테라스오미가미(天照大神)를 모시고 있다.

☞ '동양철학의 고향을 찾아서' 연재기사 보기

그가 30여년간이나 연구했다는 일본의 고대 역사서 ‘고사기(古事記·712)’에 따르면, 태초에 아메노미나카누시노가미(天御中主神)와 구니도코타치노가미(國常立神)를 비롯한 천지 창조신들이 있었다. 이 중 남신인 이자나기와 여신인 이자나미가 결혼하여 국토와 신들을 낳았고, 이자나미는 불의 신을 출산하다가 상처를 입고 황천으로 갔다.

일본의 시조신인 아마테라스를 기리는 이세(伊勢)시의 축제를 가장 신나게 즐기는 사람은 신도의 국수주의적 의미에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이다.

이자나미를 찾으러 갔다가 실패한 후 지상으로 돌아온 이자나기는 부정을 씻어내는 의식을 거쳐 태양신인 아마테라스, 밤의 신인 쓰쿠요미, 바다의 신인 스사노를 낳았다. 이들 사이에 갈등과 타협이 반복되는 가운데 아마테라스의 직계 자손인 니니기가 일본 땅을 맡아 다스린다.

일본의 탄생 신화에는 이렇게 많은 신들이 등장해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엮어 간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신에 의해 만들어졌고, 자연의 모든 신성한 것은 바로 신이 됐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신은 800만에 이른다.

그 화려한 신들의 향연을 기대하며 찾아간 신사에서는 신의 형상을 볼 수 없다. 사람들은 그저 정갈한 제단 앞에서 머리를 숙일 뿐이었다.

“산과 들, 나무와 바위, 거울과 그릇…. 그 모두가 신이에요.”

유난히 감각적인 미감(美感)이 발달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미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신의 ‘모습’은 만들지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 ‘원령공주’나 ‘이웃의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모험’ 등 애니메이션에서 그려낸 다채로운 색감의 신들은 현실에서는 형상화할 수 없을 만큼 신성해 일본인의 마음속에만 담겨져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일본인들은 자연의 모든 것에서 신을 보기 때문에 별달리 신의 형상을 만들 필요를 못 느꼈는지도 모른다.

천황가(天皇家)를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 국가를 이루겠다는 덴무(天武) 천황(?∼686)의 프로젝트에 의해 ‘고사기’와 ‘일본서기(日本書紀·720)’가 편찬되면서 아마테라스에서 천황가로 이어지는 일본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토 진사이(伊藤仁齋), 오규 소라이(荻生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