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터뷰]1인극 '로젤' 3천회 공연앞둔 김지숙

  • 입력 2001년 6월 10일 18시 29분


◇ "이땅의 로젤 위해 10년을 버텨왔어요"

“10년을 공연했지만 똑같은 ‘로젤’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무대에 설 때마다 새 로젤로 관객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서울 정동극장에서 모노드라마 ‘로젤’을 공연중인 연극배우 김지숙(45)은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로젤’에 매달려 살아온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컨디션 난조로 한회 공연이 중단됐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끝난 뒤 이틀만 쉬고 다시 ‘로젤’ 무대에 오르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로젤’은 독일 작가인 해롤드 뮐러 원작. 1991년 국내에서 초연될 때부터 계속 출연해온 김지숙은 무려 3000회를 혼자 공연했다. ‘로젤’은 바이올리니스트 지망생이자 여성인 로젤이 어린 시절의 친구를 찾아다니며 남성들의 육체적, 정신적 폭력으로 망가진 자신의 삶을 들려준다.

“계속되는 공연에 몸은 힘들지만 관객들의 눈빛을 보며 힘을 얻습니다. ‘로젤’이 돈을 벌거나 배우의 기량을 뽐내기 위한 작품이었다면 벌써 수명이 다했을 거에요. 세상이 바뀌었지만 아직 극장에, 극장 밖 어딘 가에는 로젤과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성이 너무 많습니다. 이 작품이 끝날 수 없는 이유지요.”

김지숙은 “로젤의 불행한 삶이 남성에 대한 증오로 연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성들도 꼭 봐야 할 연극이라고 말한다.

25년의 무대 인생과 마흔 고개를 어느새 훌쩍 넘어선 나이. 아직 미혼인 그의 결혼과 가족으로 화제가 넘어갔다.

그는 “결혼상대자를 찾지 않는 것은 아닌데, 아직”이라며 “신이 내게 준 연극이 너무 큰 선물이기 때문에 다른 축복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김옥성 여사는 지난달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했다. 6남매 중 김지숙이 셋째다. 또 넷째와 막내가 각각 전 권투선수 김지원(IBF세계챔피언을 지냄)과 영화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이다.

그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인생의 큰 노하우가 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30일 정동극장 공연이 끝날 무렵 3000회 공연을 달성할 예정이다.

“현재 90여만명의 관객을 기록한 이 작품이 100만명을 넘어서면 다른 배우에게 로젤역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30일까지 평일·일 오후 4시, 금토 밤 10시. 2만∼3만원. 02-773-896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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