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맛있는 수다]날씬한 여름을 책임지는 냉모밀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18분


날씬한 여름, 냉모밀이 책임진다!

휴...덥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정말 걱정되는 5월입니다. 저에게 5월은 아직도 ‘꽃 피고 새 우는 봄’인데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어버리기도 하니 말이죠.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울 꺼라는데 걱정부터 앞서네요.

특히 살이 통통하게 붙은 여자분들은 여름이 더 괴롭죠?

쭉쭉빵빵한 젊은 애들은 그동안 몸매를 감추고 살아온 게 억울하기라도 한 듯 짧은 미니스커트에 소매도 없는 배꼽티를 입고 나타나 기를 팍팍 죽이는데...누가 봐도 믿음직한 팔뚝과 폭신폭신한 뱃살을 가진 아줌마들에게 여름은 분명코 잔인한 계절입니다. 육수 흐르듯 흐르는 땀, 감춰도 감춰도 감춰지지 않는 살, 절대 떨어지지 않는 입맛!

미리미리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걸 후회도 해보지만 누굴 탓하겠냐고요...먹을 것만 보면 1초의 고민도 없이 돌진하고 운동이라면 숟가락 들었다 내렸다만 해온 자신을 탓할 밖에요. 그저 ‘흥, 나도 왕년엔 한 몸매 했다구! 니들도 나이 먹어봐라~’하고 툴툴거려 볼 뿐이죠. ..

전 날씨가 더워지면 냉모밀부터 찾아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면서 일식집에 도착하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먼저 손님을 맞아주죠. 냉모밀은 대체로 시키면 금방 나오는 요리라서 음식 기다리느라 짜증날 일도 거의 없습니다. 또 배불리 먹어도 칼로리는 높지 않다니까 안심하고 먹을 수가 있지요. (마치 늘 다이어트에 신경을 써온 사람인양...) 덥고 짜증나는 날, 냉모밀을 먹고 나면 차가운 속만큼 기분도 산뜻해 지지요.

냉모밀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아주 편해요. 물론 국수를 찍어먹을 양념장부터 하나하나 만들려면 쏠쏠하게 잔손이 많이 가겠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기 좋으라고 여러 가지 상품들이 나와 있거든요. 메밀 면만 따로, 국수를 찍어먹는 양념장만 따로 팔기도 하고 2인분이나 4인분 씩 면과 양념장을 세트로 묶어서 팔기도 하거든요. 그 얼마나 고마운 배려인지...

메밀국수는 끓이다보면 거품이 많이 나지만(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생각될 만큼!) 찬물에 꼬들꼬들해질 때까지 비벼주면 거품도 빠지고 아주 맛있어진답니다. 마지막 헹굴 때 얼음물에 담궜다 건져내면 더 찰지고 맛있죠. 양념장은 생수에 희석해서 쓰는 것도 있고 그냥 쓰는 것도 있는데 희석해서 먹는 게 귀찮은 만큼 맛은 더 괜찮더라구요. 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구요. 거기다가 송송 썬 파와 불에 살짝 구운 김, 쓱싹 간 무를 더 해주면 웬만한 일식집 냉모밀이 부럽지 않답니다. 어떤 집에서는 메추리알도 깨뜨려 넣던데 그건 무슨 멋인지 모르겠어요. (커피에 노른자 퐁당 빠뜨려 먹는 것만큼 엽기 아닌가요?) 그보다는 와사비랑 무를 듬뿍 넣어먹는 게 훨씬 맛있는데...

더운 여름, 볼록한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자학하지 마시구요, 냉모밀을 만들어 드세요. 배터지게 먹어도 두 세시간 후면 배가 쏙 들어가고 왠지 출출해진다니까요. 올 여름, 소매없는 시원한 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책임져줄 요리는 냉모밀 뿐입니다요...

***날씬한 여름을 책임질 냉모밀 만드는 법***

재 료 : 메밀국수 250g, 김 1장, 파 1/3대, 무 조금, 와사비, 양념장

만들기 : 1. 와사비는 가루인 경우 양재기에 담아 따뜻한 물로 개여서 매운맛이 살아나면 쓰도록 한다.

2. 파는 뿌리 부분부터 시작하여 얇게 썰어 냉수에 담구어서 매운맛이 빠지게 한다

3. 김은 불에 살짝 구워서 1cm 넓이, 3cm 길이로 자른다.

4,무를 강판에 간다.

5. 메밀국수는 끓는 물에 넣어서 젓가락으로 덩어리를 풀면서 끓인다.

끓어서 넘칠 것 같으면 냉수를 끼얹어 심이 딱딱하지 않도록 삶는다.

바로 냉수에 담구어 차게 식혀서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

6. 양념장을 준비한다

* 분명 계시죠? 양념장도 꼭 내 손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열혈주부님들... 만드는 법을 올리니까 참고하세요!

(양념장: 간장 1컵에 설탕 2작은술의 비율로 끓기 직전까지 불에서 따뜻하게 하여 모도간장을 만든다. 미림은 작은 남비에 담아 불에 얹고 불을 미림에 붙여서 알콜 성분이 증발되도록 한다. 다시국물에 간장과 미림을 섞는다.

그렇다면 다시 국물은?

다시국물: 물 1/2컵을 불에 얹어 끓으면 다시마를 먼지를 닦아서 넣고 1분 정도 끓으면 가스오부시를 넣어 뚜껑을 덮고 불을 끈다. 잠시 후에 윗물만 따라서 쓴다. 이것이 다시국물!)

7. 소쿠리에 알맞는 분량의 메밀국수를 담고 김을 위에 뿌린다.

8. 와사비, 파, 무즙과 양념장을 따로 담아 함께 권하도록 한다.

ps. ‘미스터 초밥왕’ 보셨나요? 왜 거기서 와사비를 키우는 눈물겨운 부부가 나오죠? 아주 아주 맑은 물에서만 자란다잖아요? 요 와사비란 놈이. 이 괴이한 초록색의 정체는 뭘까 늘 궁금했었는데 추운 겨울, 일본 최고의 와사비를 키워보겠다고 낑낑거리는 와사비 여인을 보고 감동받았답니다. 우리 집 냉장고 속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는 튜브형 와사비를 보면 그 와사비 여인 눈이 뒤집힐지 모르겠네요...

조수영<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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