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44>대화(對話)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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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왼편은 악기를 내걸기 위한 나무 걸이 대(業의 아랫부분 木이 생략된 형태로 叢(모일 총)·鑿(뚫을 착)에도 들어 있다)를, 오른편은 손을 그렸다. 그래서 對는 손(寸·촌)으로 악기의 걸이 대를 내달고 있는 모습이다. 이로부터 ‘올리다’, ‘받들다’는 뜻이 생겼고, 이후 소전체에 들면서 왼편의 아랫부분에 口(입 구)가 더해졌으며, 해서체에서는 口가 士(선비 사)로 변해 지금의 자형이 되었다.

話는 言(말씀 언)과 舌로 구성되었는데, 言과 舌은 비슷한 구조에서 출발한 글자들이다. 舌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아랫부분은 입(口)을, 윗부분은 어떤 것이 길게 뻗어 두 갈래로 갈라진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혀를 그렸다고 하나, 혀라면 둘로 갈라진 것이 차라리 뱀의 혀라고 해야 할 것이고, ‘혀’를 그리면서 사람의 혀가 아닌 뱀을 그렸다는 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필자는 위는 대나무를, 아래는 대로 만든 악기의 혀(reed)를 그린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갑골문에서 舌에 가로획을 하나 더한 것이 音이고, 音에 다시 가로획을 더한 것이 言이라는 것에서 해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音은 舌에다 거기서 나오는 소리의 상징 부호인 가로획을 더함으로써 그것이 사람의 소리가 아닌 ‘악기의 소리’를 나타냈으며, 言은 音에다 다시 가로획을 더함으로써 악기의 소리와 사람의 소리를 구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話를 달리 z로 써 ‘잘 모아놓은(會) 말(言)’이라는 의미를 그렸듯, 話는 ‘혀(舌)를 잘 놀리는 말(言)’을 의미한다.

그래서 對話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정신이다. 對의 출발이 소중한 악기를 내거는 것처럼 조심스럽다는 뜻을, 또 나중에 口가 士로 바뀐 것은 對話가 선비의 정신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話는 원래 악기의 소리에서 출발한 것처럼, 對話가 악기의 화음만큼이나 조화로워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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