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42>잡종(雜種)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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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은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衣와 集으로 구성되어, 원래는 u으로 썼는데 지금의 구조로 변했다. 衣는 목둘레와 옷섶을 그렸고, 集은 새(추·추)가 나무(木·목) 위에 모여 앉은 모습으로부터 ‘모이다’는 뜻을 그려냈다. 集은 원래 새(추)가 여럿 모여 앉은 모습(d·잡)이었는데 생략되어 지금처럼 되었다.

그래서 雜은 원래 ‘설문해자’의 해석처럼 색깔이 여럿 모인 것을 말했다. 고대 사회에서 가장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것이 옷감이었기에 衣와 集의 결합으로 ‘뒤섞임’을 나타냈다.

種은 소전체(오른쪽 그림)에서 禾와 重으로 구성되었는데, 重은 소리부도 겸한다. 禾는 조나 벼의 이삭이 익어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벼’의 의미를 그렸고, 벼가 곡물의 대표로 자리 잡자 모든 곡물을 총칭하게 되었다.

重은 금문에서 문신용 칼(辛·신)과 눈(目·목)과 東(동녘 동)과 흙(土·토)으로 구성되었는데, 東은 소리부이다. 그래서 重은 童(아이 동)과 같은 근원을 가진다. 죄를 짓거나 전쟁에 패해 눈을 자해당한 채 노예가 된 남자 종을 童이라 한 것처럼, 重도 그런 남자 종이 힘든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힘든 일로부터 ‘무겁다’의 뜻이 생겼다. 그래서 童과 重은 鐘(종 종)을 鍾으로 쓰는 것처럼 종종 같이 쓰인다.

따라서 種은 곡식의 씨를 심는 고된 일을 하는 노예(重·童)의 모습에서 ‘播種(파종)’과 ‘씨앗’의 의미를 그려냈다. 이후 種은 곡식은 물론 동물의 씨, 그리고 種族(종족)까지 의미하게 되었다.

이처럼 雜種은 여러 가지 씨앗들(種)이 뒤섞여 있음(雜)을 말한다. 원래 雜種이란 말은 식물에서 연원한 생물학적 용어로 인간이나 동물에 사용될 때에는 純種(순종)과 대비되는 의미로 쓰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의식이 강해 그런지 純種에 비해 雜種에 대한 인식이 무척 낮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순종만을 고수하기보다는 두루 섞이고,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잡종화’에 대한 논의와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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