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41>갈등(葛藤)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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葛은 艸(풀 초)와 曷로 이루어졌다. 曷은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曰(가로 왈)과 (갈,개)(빌 개)로 구성되었는데, 曰은 입(口·구)에 가로획(一)이 더해져 입에서 나오는 말을 형상화 했고, (갈,개)는 갑골문에서 이미 바라다나 祈求(기구)의 뜻으로 쓰였다.

이처럼 曷은 입을 크게 벌린 모습(曰)에 바라다((갈,개))는 뜻이 더해져, 목소리를 높여 어떤 것을 요구함을 말한다. 그러나 曷이 ‘어찌’라는 의문사로 가차되자 원래 의미는 다시 口를 더한 喝로 표현했다. 따라서 喝은 喝采(갈채)에서와 같이 입을 벌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曷로 구성된 합성자는 대부분 입을 크게 벌리고 어떤 것을 요구하다는 뜻을 가진다. 예컨대 渴은 목이 말라 입을 크게 벌리고(曷) 물(水·수)을 애타게 그리는 모습을 그렸다. 또 謁(아뢸 알)은 높은 사람을 찾아뵙다(謁見·알현)는 뜻인데, 말(言·언)로써 어떤 것을 요구하기(曷) 위해 찾아가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그리고 歇(쉴 헐)은 입을 크게 벌리고(曷) 숨을 가다듬으며(欠·흠) 쉬는 것을 말하며, 蝎은 전갈이나 도마뱀류를 뜻하는데 그것들은 크게 벌린 집게나 입이 특징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칡(葛)은 쩍 벌린 입처럼 넝쿨손을 벌려가며 갈래지어 자라는 식물이자 자신의 성장을 위해 다른 나무나 받침대를 필요로 하는 식물이다. 이러한 속성이 曷을 葛의 구성요소로 만들었을 것이다.

藤은 艸와 등으로 이루어졌다. 艸는 초목을 의미하고, 등은 소전체(오른쪽 그림)에서 의미부인 水(물 수)와 소리부인 朕(나 짐)으로 구성되어 물이 솟구침을 말했다. 등과 비슷한 구조로 된 글자들, 예컨대 騰(오를 등)은 말(馬·마)이 날아오르듯 위로 솟구치는 것을, 謄(베낄 등)은 말(言·언)을 종이 위로 올리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藤은 솟구치는 물줄기(등)처럼 여러 갈래로 위를 향해 자라나는 식물(艸)인 등나무를 말한다.

칡(葛)과 등(藤)은 모두 넝쿨식물이다. 넝쿨이 제대로 뻗으려면 다른 나무를 의지해야 한다. 게다가 이들은 다른 나무처럼 가지를 하나씩 뻗쳐 나가지 않고 여럿으로 갈라진 채 자란다. 그래서 葛과 藤이 결합해 분열과 엉킴의 상징이 되었다. 특히 葛의 曷에는 입을 크게 벌려 어떤 것을 요구함이, 藤의 등에는 여러 갈래로 솟구치는 물줄기의 뜻이 들어있음을 고려한다면, 葛藤은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는 데서 출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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