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풍성한 아리아 향연… 자막 일부 오역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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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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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오페라단 ‘나비부인’

가창 ★★★★ 무대 ★★★★ 자막 ★

‘나비부인’ 1막. 일본에 체류하는 짧은 기간의 즐거움을 위해 게이샤 초초상(파올라 로마노·오른쪽)과 결혼식을 올린 미 해군 중위
 핑커튼(신동원)이 결혼생활이 영원할 것으로 믿는 초초상과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 수지오페라단
‘나비부인’ 1막. 일본에 체류하는 짧은 기간의 즐거움을 위해 게이샤 초초상(파올라 로마노·오른쪽)과 결혼식을 올린 미 해군 중위 핑커튼(신동원)이 결혼생활이 영원할 것으로 믿는 초초상과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 수지오페라단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미국 오페라단 연합체인 ‘오페라 아메리카’ 집계에서 ‘북미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1위에 매번 오르는 작품이다. 무대 위의 일본색(色)을 불편해하는 한국에서도 이 작품은 빈번히 공연된다. 그런 만큼 색다르거나 남다른 완성도를 이뤄내지 않는 한 공연의 의의를 찾기 힘든 작품이기도 하다.

수지오페라단이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나비부인’은 극장을 찾을 만한 이유가 있는 공연이었다. 그 이유는 ‘색다름’보다 완성도에 있었다.

안토니오 데 루치아 연출은 무대와 의상을 베이지색에서 자주색에 이르는 은은한 난색(暖色)의 세련된 스펙트럼으로 채웠다. 나비부인의 집과 마을은 추상적으로 표현돼 남자 주인공 핑커튼이 ‘종이로 만든 집 같다’고 표현하는 아기자기함은 없었지만, 전막에 걸친 비상한 ‘기다림’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연출에서 납득되지 않는 대목은 나비부인이 자결한 뒤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아들과 하녀 스즈키가 놀이하듯 꽃잎을 흩뿌리는 장면이었다. 애도의 표현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의 회상으로 보기에도 어색했고 비장하게 마무리되는 음악과도 섞여들지 않았다.

타이틀 롤을 노래한 이탈리아 소프라노 파올라 로마노는 힘들이지 않고 죽죽 전면으로 뻗는 소리를 냈으며 섬세한 소릿결이 돋보였다. 그러나 그 소릿결의 섬세함이 음성연기의 섬세함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어딘가 단조롭던 그의 음성이 빛을 발한 부분은 자결 직전의 절명창(絶命唱)인 아리아 ‘하늘에서 온 천사여’였다. 풍성한 볼륨이 무대를 꽉 채웠고 충분히 긴 호흡이 극적 효과를 높였다. 남자 주역 핑커튼 역의 테너 신동원 씨도 섬세한 음성연기와 만족스러운 볼륨을 선보였다. 스즈키 역 최승현 씨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온화한 음성의 결도 돋보였다.

조연출 팀이 여러 부분을 나누어 번역했다는 우리말 자막은 아쉬움이 컸다. 특히 2막에 들어서는 부자연스러운 직역투가 이어졌다. 1막에서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오(Un po' di vero c'e)’를 ‘진실이라는 것이 있소’로 잘못 번역했고, 2막에서는 핑커튼의 미국 부인 케이트가 스즈키에게 ‘나를 믿어달라고 말해주겠어요?’라고 묻는 데 대해 스즈키가 ‘약속하죠(prometto)’라고 응답하는 부분을 ‘약속하시오’로 오역했다.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실수로 인해 공연의 완성도가 깎여 버렸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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