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 기자의 끝내기 홈런]박찬호-김태균 ‘같은 처지, 다른 처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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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는 닮았지만 처신은 극과 극이다. 박찬호(38)와 김태균(29)의 행보가 그렇다. 둘 모두 일본 프로야구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박찬호는 오릭스에서 전력 외 통보를 받았고 김태균은 시즌 도중 지바 롯데에서 자진 퇴단했다.

둘 모두 고향 팀인 한화로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김태균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한화행을 당연시하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박찬호는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등을 찾아다니며 “국위를 선양했으니 조국에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김태균은 27일 한화 구단과 처음 만났다. 구단 관계자는 “연봉 최고 대우는 걱정 말고 몸이나 잘 챙기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김태균은 “구단의 배려에 마음이 편해졌다. 일본에서의 부진을 내년에는 실력으로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찬호는 26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장학금 전달식에서 “일본의 한 구단에서 관심을 보였다. 한화에서는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19일 유소년 캠프를 열었을 때는 “국내 팬 앞에 설 수 있다면 어느 팀이든 좋다”고도 했다.

한화 구단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0월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박찬호를 만나 국내 복귀를 돕겠다고 전했고 “감사하다”는 말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는 “각 구단에 박찬호 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데 박찬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박찬호의 복귀는 내달 13일 KBO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한화는 각 구단의 양해를 얻은 뒤 박찬호와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박찬호의 발언들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각 구단이 특별법에 찬성할지는 미지수다.

야구계는 김태균과 박찬호가 복귀하는 입장을 다르게 보고 있다. 김태균은 내년에도 즉시 전력감이지만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출신 노장에 대한 예우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였다. 한 야구 관계자는 박찬호에 대해 뼈 있는 말을 했다. “권위는 남들이 세워주는 것이지 자신이 주장하는 게 아니다. 겸손의 미덕을 잊은 건 아닌지….”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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