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빅리그 닮은꼴 WBC 엔트리 운영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한국 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한화)은 23일 제출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 28명에 어깨 부상 중인 유격수 박진만을 제외시켰다.

김 감독은 수비 공백을 우려해 박진만을 가능한 한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부상선수는 제외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WBC 사무국은 부상선수가 나올 경우 3월 3일까지 엔트리를 교체해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진만이 이때까지 부상에서 완쾌할지는 미지수다. 내달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WBC 아시아라운드에서 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번 엔트리 제출은 메이저리그 운영 방식과 닮았다. WBC 사무국은 엔트리를 두 번 제출받았다. 45명 예비 엔트리와 28명 최종 엔트리다. 이 방식은 메이저리그의 40명과 현역 25명 로스터를 염두에 두면 이해가 쉽다. 40명 로스터가 45명 예비 엔트리, 25명 로스터가 28명 최종 엔트리인 셈이다.

따라서 28명 최종 명단 가운데 부상선수가 나오면 45명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던 선수와 교체가 가능하다.

다만 아시아라운드에서 부상선수가 나오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WBC 2라운드 때까지 교체가 불가능하다. 포수의 경우만 예외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 포수 자원이 없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WBC 사무국은 23일 각국의 최종 엔트리를 마감했지만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면 교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이는 바로 미국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 미국 스포츠는 최고의 선수가 최상의 기량으로 경기에 뛰기를 바란다. 따라서 엔트리 제출 기일 때문에 기용 폭이 좁아져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정신이다.

선발투수 예고제도 투수에 맞춰 최고의 타자들로 오더를 짜라는 의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경기 전 선발오더를 제출하고도 갑자기 부상자가 나오면 교체가 가능하다. 이를 문제 삼는 감독은 거의 없다.

최종 엔트리 제출은 자료수집 차원의 성격도 짙다. 선수 명단이 있어야 미디어 가이드북을 만든다. 주관방송사인 ESPN이 자료를 사전에 입력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하와이 호놀루루=문상열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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