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변화무쌍’ 모비스의 빛나는 필승전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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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는 22일 동부와의 울산 홈경기에서 3쿼터 중반 15점 차까지 뒤지다 맹렬한 추격전을 펼친 끝에 경기 종료 45초 전 66-66으로 맞섰다. 작전타임을 부른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움직임을 지시하다 “동우가 올라와서 해. 시간은 끌지 마. 공격 한 번 더 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유 감독의 주문은 딱 맞아떨어졌다. 골밑을 파던 양동근의 패스를 받은 김동우가 종료 33초 전 3점슛을 터뜨렸다. 불과 12초 만에 성사된 작전으로 3점 앞선 모비스는 동부의 막판 공격을 막아낸 뒤 유 감독의 예상대로 한 차례 공격권을 더 가진 끝에 승리를 낚았다.

이날 맹활약한 김동우는 이틀 전 SK와의 경기에선 1득점에 그쳤다. 당시 유 감독은 10점 이상 앞서 승부가 갈린 4쿼터 막판 김동우를 다시 기용했다. “슈터는 사기가 중요하다. 다음 경기에 대비한 컨디션 점검 차원이었다”는 게 유 감독의 설명이었다. 제대 후 올 시즌 복귀한 김동우는 이런 배려에 보답한 셈이다.

모비스가 23일 현재 6연승을 달리며 KT, 동부와 공동 선두에 오른 것은 이처럼 유 감독의 지도력이 새롭게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2m가 넘는 장신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평균 연봉이 10개 팀 중 9위에 불과할 만큼 슈퍼스타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다른 팀처럼 뛰어난 혼혈 귀화선수나 신인 보강도 없었다. 모비스는 탄탄한 조직력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모비스는 시즌 평균 83.6점으로 득점 2위에 올랐으면서도 평균 실점(75.6점)은 가장 적다. 최근 6경기에서는 평균 70점만 허용하는 ‘짠물 농구’의 위력을 떨쳤다.

모비스는 공격과 수비 패턴이 30가지가 넘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전술을 구사한다. 동부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때 효과를 본 김동우의 외곽슛 패턴은 유 감독이 4쿼터 초반 급조한 전술이었다. 유 감독의 임기응변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출전 선수는 5명이지만 모비스는 유 감독을 포함해 6명이 뛴다는 얘기까지 나올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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