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독점게재]『한국 내년 최악의 실업공포』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 뉴욕 타임스 ▼ 한국은 80년 원유 2차파동이후 실업을 거의 걱정해 본 적이 없는 나라이며 근로자들이 불과 한세대만에 가난했던 농민에서 중산층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 실업이라는 공포의 망령은 한국인의 머리위를 맴돌고 있다. 승진에서 누락되는 것을 불명예스럽게 여기고 평생고용이 규범처럼 여겨지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 수주일간 한국을 뒤흔들었던 위기는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설혹 한국이 국가부도를 면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내년 한국의 경제는 저성장속에 기업들의 부도가 줄을 이을 것이 확실하다. 정부는 실업률이 2.5%에서 3.9%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7%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중 어느쪽이 맞든지 간에 이 수치는 실제상황보다 훨씬 과소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과 시간제로 고용된 사람들을 통계에 잡지 않기 때문이다. 실업률 5%라면 80년초 불경기 때 이후 최고로 높은 것이다. 식료품가격과 유가가 오르는 가운데 1백만 내지 1백50만명이 추가로 거리에 나 앉게 되면 사회불안은 심각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감원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근로자들은 그들을 더 원하는 기업으로 옮겨가게 만들고 경제와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 한국의 법률아래서는 기업이 극단적 난관에 봉착하기 전에는 해고가 불법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어려움이 닥치면) 우선 투자부터 줄이고 급여를 삭감한 후 마지막에 근로자를 해고한다. 더구나 한국의 사회는 그같은 인력의 재배치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도 그런 국면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다. 김대중(金大中)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6개월간 해고정지 기간을 갖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해고는 더욱 쉽게 이뤄질 것이다. 95년까지만 해도 실업보험이 존재하지 않는 등 사회적 안전망이 빈약한 것도 한국인이 실업의 공포를 느끼는 또 다른 이유이다. 근로불안정도 그런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근로자들은 기업이 어려워지면 작업시간부터 줄인다고 주장한다. 임금협상 및 노조결성과 관련된 근로자들의 권리는 지난 30여년간의 군사정권 아래서 제한되어 왔다. 그러나 87년 한국이 민주화됐을 때 근로자들은 파업의 소용돌이를 일으켰고 그후 임금은 연 15%씩 상승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중산층의 생활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이다.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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