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브라질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 '풋살'

  • 입력 2002년 2월 7일 11시 37분


우리에겐 과거란 없다. 오직 미래만이 있을뿐!

한때, 그 누구도 세계축구의 최강자로 브라질을 꼽지 않은 이들은 없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회 결승전이 열리기 전까지 만해도 말이다.

9회 대회인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대회에서 당당히 유럽의 축구강국 이탈리아를 꺾고 그 당시 월드컵 역사상 3회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업적을 이룩하며 쥴리메컵(julime)을 영구 보관하는 영광까지 안았던 브라질. 그들이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만하더라도 월드컵 사상 최초로 다섯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을 주인공 이라는 건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았다. 그리고, 월드컵 5회 우승(15회 94년 미국 월드컵 우승 포함)이라는 세계 초유의 역사적 대망을 향한 그들의 힘찬 발걸음 또한 16강을 지나, 8강, 4강, 그리고, 결승전까지 기세등등하며 월드컵을 향해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우승컵을 힘차게 치켜 들며 환상의 휘날레를 장식했어야 할 결승전이 대표팀 선수들은 물론, 브라질 국민들에게까지도 엄청난 슬픔과 시련의 고통을 안겨주는 것으로 막을 내려야 했으니 말이다. 그 광경을 지켜본 전세계 축구 팬들 역시도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프랑스는 홈 그라운드라는 이점이 있었던 반면, 브라질 대표팀는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호나우도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저조한 플레이를 보이는 등 여러가지 악운이 겹쳤고, 결국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98년 프랑스 월드컵 트로피(FIFA컵)를 주최국 프랑스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로부터 2년 후, 98년 프랑스 월드컵 패배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삼바축구는 또 한번 세계 무대에서 패배의 쓴맛을 맛봐야 했다. 브라질은 남미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코파아메리카컵` 에선 손쉽게 우승을 차지하며 남미의 축구강호로서 확고히 자리 매김을 했지만, 룩셈부르크 대표팀 감독을 앞세워 출전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회에서는 월드컵 패배에 대한 설욕은 이루지 못한 채, 다시 한번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만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전세계 축구를 호령하던 예전의 브라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나마 브라질 국민들을 기쁘게 하는 소식은 있다. 브라질의 `삼바축구`는 아직도 실내축구에서만큼은 세계 풋살(Futsal)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다섯번의 `풋살월드 챔피언쉽`(공식명칭 FIFA World Championship) 에서 브라질은 네번의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적어도 풋살에선 아직 세계 최고의 강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브라질은 지금까지 치뤄진 다섯번의 '풋살월드 챔피언쉽'중 단 한번 우승컵을 놓쳤었다. 그 대회는 바로 2000년 11월 과테말라에서 벌어졌던 `제 4회 풋살월드 챔피언쉽` . 당시 세계의 모든 축구 전문가들로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던 브라질은 스페인, 포르투갈, 이란, 태국, 그리고 이집트의 끈질긴 추격을 끝내 따돌리지 못한 채, 막판 유럽의 강호 스페인에게 3-4 로 패하며 사상 첫 패배의 아픔을 맛봐야만 했다. 하지만 그 후에는 각종 지역대회 및 세계대회에서 연이어 우승을 독차지하며 브라질 삼바축구의 자존심 회복에 나서고 있다.

오프사이드가 없는 축구, 풋살

1930년 우루과이의 후앙 카를로스 세리아니가 창안하였고, 그 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YMCA 청소년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풋살은 남미의 브라질과 아시아의 일본을 중심으로 전세계 2,500만 이상의 인구가 즐기고 있는 5인제 `실내축구`로 사용구는 11인제 축구의 '5호공'보다 약간 작은 '4호공'을 사용한다. 탄력 또한 '5호공'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빠른 순발력과 높은 득점율, 그리고 정교한 개인기술을 요하는 풋살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남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해서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즐기고 있다.

본래 풋살은 '발바닥'만을 사용하여 경기를 치루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찍부터 브라질은 풋살의 보급 및 다방면으로의 활용을 꾀하기 위해 이를 더욱 세분화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발바닥만을 사용하는 경기를 `풋살`이라 칭하고 있으며, 발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경기 스타일은 `살롱`, 유럽식의 실내축구 스타일은 `프리`라 구분 지어 부르고 있다. 참고로 현재 한국에서는 발 전체를 사용하는 살롱의 경기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풋살은 원래 11인제 축구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개발된 스포츠였다. 하지만 지금의 풋살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스포츠로 정착해 가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각종 축구클럽 산하 풋살팀, 풋살 동호회, 지역 풋살 모임 등을 중심으로 `쇼 스포츠`(Show sports)로 발전하기 위한 저변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오 데 자네이루의 두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바스코다가마와 플라멩고의 경쟁은 11인제 축구 뿐만이 아니라 풋살에서도 그 세력다툼이 치열하다. 풋살은 이렇게 브라질에서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후원사로부터 나오는 후원금으로 풋살 프로대회까지 열리고 있는 실정이며, 이 대회에 참가하는 브라질의 일류 풋살 선수들 중에는 축구 스타들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지난 5, 6년 동안 정부와 민간차원의 풋살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어 왔고, 또 풋살 선수 개개인의 기술이 뛰어나며, 잠재력이 강한 선수들을 확보하여 육성해온 만큼 브라질의 풋살이 프로시대를 맞이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아니 진작에 프로시대를 열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브라질의 풋살 선수들은 한화로 천만원에서 천 팔백만원 정도의 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브라질 정부의 풋살에 대한 막강한 지원력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는 모든 면에 있어서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아질 거라는 게 그래도 허접하나마 풋살 대회를 취재하며 여러가지 관련 정보들을 습득한 필자의 견해라 하겠다. 전 FIFA 회장 조앙 아벨란제(브라질인)가 `미래의 축구` 라고 했던 풋살. 그렇지만 오히려 풋살은 과거의 축구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축구와 달리 어떠한 태클이나 몸싸움 같은 불필요한 반칙은 기본적으로 금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2명의 심판(주심1명, 부심1명)에 의해 그런 반칙들은 미연해 방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1인제 축구처럼 심판이 한 경기장안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 하는것은 아니지만, 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장 면적(축구장의 약 1/4)이 작은 풋살 경기장에서는 오히려 세심한 부분까지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풋살, 풋살이야말로 축구보다 더 정직한 경기가 아닐까 한다. 축구에선 선수들이 계속해서 서로를 속여가며 경기를 진행해야 하지만, 풋살에선 그런 일이 없기 때문에 훨씬 신사적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풋살은 브라질 사람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많다. 물론, 아직까지는 축구에 비해선 인기도가 떨어 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장의 분위기만큼은 축구 못지않다. 무엇보다 풋살의 인기비결은 바로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데 있는 것이다. 그건 예전 축구의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풋살은 그 빠른 스피드때문에 경기의 활기찬 분위기가 넘쳐 나기도 한다. 그래서 풋살이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바스코다가마와 플라멩고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면서 비로소 풋살의 인기가 증가하는 그 이유를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잘 갖추워진 축구환경은 곧, 선진축구의 초석

브라질에는 브라질 챔피언쉽을 비롯한 수많은 국내리그들이 성행하고 있고, 브라질의 이웃나라 아르헨티나에선 1부리그가 무려 18개팀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이런 정상의 팀들이 수많은 관중들을 풋살 경기장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의 축구 현실과 비교해 볼때, 참으로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프로축구만을 놓고 보자. 운영방식은 유럽 선진축구의 리그형식을 그대로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열악한 선수층과 축구 환경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내 프로축구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인정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가 직접 겪었던 경험담 한가지를 소개해 볼까 한다. 지난달 12일 주말 오후, 필자는 천안에 자리하고 있는 한남대학교 운동장에서 국내 프로 팀중에 하나인 대전시티즌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날의 날씨는 겨울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따뜻했던 주말 오후로 기억하고 있고, 국내 프로축구의 암울한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던 날로도 필자는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명색이 프로축구 1부리그 소속으로 당당히 국내 최고의 축구왕을 가리는 `2001년 FA컵 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전적이 있는 클럽 팀이 자기들의 전용구장도 없이 지역 대학운동장, 그것도 잔디구장이 아닌 맨땅에서 삼삼오오 즐기러 나온 지역시민들과 부대껴 가며 훈련을 하는 모습을 접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가슴을 치며 대성통곡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브라질의 한 프로팀으로 예를 들어 보겠다. 현재 브라질 1부리그에서 32년간 부동의 1위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인텔클럽의 인터나시오날(Internacional)이란 프로팀이 있다. 이 프로팀이 소유하고 있는 잔디구장이 혹, 몇 개나 되는지 아는가. 두개? 세 개? 그것도 아니라면 열 개? 전부 아니다. 아마 그 클럽 팀 관계자에게 가서 이런 질문을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어린애 소꿉장난 하는 식으로 치부해 버릴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클럽 팀 하나가 소유해 운영하고 있는 잔디구장이 자그마치 40개면에 이른다. 이 놀라운 사실을 어찌 우리는 상상이나 해볼 수 있었겠는가?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필자 또한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절대 믿지 못했다. 아니 믿지 않았다. 이 믿기 힘든 사실을 우리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쯤해서 필자는 지금까지의 사실들을 토대로 `대한민국 축구의 세계화` 를 꿈꾸며 감히 국내 프로축구에 대해 허접한 결론 한가지를 내릴까 한다.

"잘 갖추워진 축구 인프라는 곧,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축구저변의 확대, 프로축구의 활성화로까지 이어지는 근본 요소 중 하나다."

풋살의 제왕, 브라질

브라질에서 풋살은 여전히 축구인재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축구황제` 펠레, 둥가, 호나우도, 데니우손, 당니나, 그리고 지닝요 같은 브라질 선수들이 바로 풋살로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동네 공터에 마련된 축구장을 통해 친구들과 어울림으로서 자연스럽게 축구에 대한 감각을 익히며 자라나는 브라질 어린이들. 그 중 재능이 뛰어나 축구스타로의 꿈을 키우길 바라는 아이들은 지역 클럽 팀에 소속되어 풋살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축구에 대한 기술을 터득해 나간다. 오늘날 그들이 수많은 축구팬들을 감동시키는 놀라운 기술들은 바로 이 풋살 경기장에서 연마된 것들이다. 브라질의 풋살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풋살 선수들은 공을 빠르고 정확하게 다루는 법을 배운다. 결국 풋살에서 축구로 바꾸는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풋살에서 11인제 축구로 성공하는 게 그 반대의 경우보다 쉽다는 말이다.

그 동안 브라질의 풋살 경기 정예멤버들은 월드풋살에서 차지한 우승 트로피를 지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남미의 또 다른 풋살강국으로 알려져 있고 풋살월드 챔피언쉽대회 우승후보중 하나이기도 한 우루과이와 가졌던 국제 친선경기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두 남미 풋살 강국끼리의 만남은 10-4 라는 큰 점수차를 기록, 브라질이 세계 풋살의 제왕임을 재확인하며 끝났다. 오프사이드도 없고, 심판에 대한 신고없이 무제한 교체투입도 가능한 풋살에선 이런 스코어가 드물지 않은데 풋살의 매력은 바로 이와 같은 높은 득점력과 빠른템포에서 나온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회에서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던 브라질 국민들. 브라질은 풋살에서 만큼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제왕의 자리를 물려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월드컵에서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위해 와신상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풋살의 발전은 곧 축구의 발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같은 풋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3일부터 5일간 `2002 풋살코리아컵 국제대회`가 킥오프 될 예정이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그 동안 41일간의 지역예선 대장정을 통해 선발된 국내 본선진출 25개팀과 자동 본선진출한 브라질, 홍콩, 일본, 국외 3개팀, 국내 첫 실업팀인 아도니스 1개팀, 그리고 연예인(최수종, 이덕화, 이덕진) 3개팀들이 참가해 32강 토너먼트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대회는 국내에서 열리는 사상 첫 국제대회이다 보니 국내 예선전부터 대회준비나 진행면에 있어서 다소 미흡한 점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대회들이 앞으로 풋살의 저변확대 더 나아가 대한민국 축구의 일대전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브라질의 풋살이 브라질 축구의 기초가 되었던 것처럼, 한국의 풋살에게도 같은 역할을 기대해본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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