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외국인 선수 고르기

  • 입력 2002년 2월 1일 13시 58분


투수보다는 타자를 선택하는 쪽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어난 투수는 뛰어난 타자보다 희소성에서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외국인 선수는 타자가 대부분이고 투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에 온 선수들 중 야수가 더 많지만 절대수가 아닌 비율을 따져 보더라도 31명의 외국인 투수 중 한국에서 두 시즌 이상 뛴 선수는 5명뿐이고 그 중 2 명은 팀을 옮겼다. 또 그들의 첫 시즌이 모두 성공적이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빅 터 콜과 마이크 파머를 보라). 물론 좋은 모습을 보이고도 재계약하지 못하거나 시즌 중에 짐을 싼 선수들도 있긴 하다.

45명의 외국인 타자(경기 출장도 못한 호세 말레이브와 아지 칸세코 포함) 중 4년간 뛴 타이런 우즈, 3년 동안 활약 중인 제이 데이비스를 포함 10명이 두 시즌 이상 모습 을 보였다. 또한 재계약은 하지 못했지만 좋은 성적을 낸 선수도 타자 쪽이 많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좋은 투수 자체가 좋은 타자보 다 적다는 것이다. 많이 거론되고 있는 얘기이고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 적인 이유는 되지 못한다. 메이저에서 통할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한국 프 로야구에서 통할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하는 투수를 찾는 것이다. 투수는 타자에 비해 불확실성이 큰 데다 기록을 통해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더 많다. 이런 요소 때문 에 현재의 스카우팅 시스템에서 좋은 투수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뛰어난 투수에게 흔히 수반되는 과중한 투구 부담을 이겨 내야 하는 문제도 있 다. 2000 시즌 빼어난 성적을 거뒀고 오랫동안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던 데니 해리거가 올 시즌 주저앉은 것이 한 가지 예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구단들이 타자보다 투수를 더 필요로 한다는 것. 딜레마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에는 신경쓰지 말 것.

지금까지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메이저 리그 경력'이라는 간판을 달고 들어왔다. 이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메이저 리그 베테랑(펠릭스 호세, 훌리오 프 랑코, 카를로스 바예르가 등), 대수비 요원(에드가 캐세레스, 짐 테이텀, 매니 마르티 네스), 실패한 유망주(가장 많은 경우) 등.그러나 메이저 출신 선수들이 특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경력의 보 유자 셋 중 호세와 프랑코는 성공적이었지만 바에르가가 한국에서 보여 준 것은 확실 히 맛이 갔다는 것뿐이었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메이저 리그 경력을 지닌 선수 중 어느 정도 이상 활약한 선수도 마르티네스,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벤 리베라 정도이 다.

오히려 메이저 경력이 전무한 선수 중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는 더 많다.호세와 함께 가장 성공적인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우즈를 비롯해 데이비스, 부바 스미스, 트레이시 샌더스 등이 그 동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은 메이저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이건 그렇지 않은 선수이건 간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메이저 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 이다(드문 예외가 있긴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메이저 리그 경력은 아무런 의미 를 지니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메이저 경력이 있는 선수를 피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메이저 경력만을 믿고 나이든 선수를 현재의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채 영입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바보 짓이다.

볼넷은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plate discipline(엄밀히 말하면 선구안 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말이다)은 수준과 환경이 다른 리그에 대한 적응 가능성을 판 단하는 데 중요하다. 볼을 고르지 못하는 선수는 일반적으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능 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볼을 고르는 능력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다. 99년 샌더스는 .247의 타율에도 불구 하고 타율 .349의 이병규보다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다.

장타력을 평가하는 데는 물론 홈런도 좋지만 2루타를 포함한 장타 수 전체를 살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한국에서 30홈런을 쳐낸 데이비스와 에디 피어슨은 마이너 리그 시절 한 자리 홈런의 타자였다. 그리고 당시 26세를 넘지 않았다. 나이가 어린 타자는 발전 가능성도 더 높다.

눈을 너무 믿지 마라.

전문가의 눈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눈으로 본 것만을 믿고 선수 를 고르는 것은 문제가 많다.

선수의 파워, 스피드, 송구 능력, 공 빠르기 같은 소질에 대해서는 눈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야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pl ate discipline이나 투수의 command 같은 것은 운동 능력 이상으로 중요하지만 금방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더구나 지금처럼 겨우 며칠 현지에서 살펴보고 테스트 며칠 하는 게 전부라면 제대로 된 평가는 더욱 어렵다. 며칠간이라면 Alex Cora도 Frank Thomas처럼 보일 수 있다.

정규 마이너리그 소속을 우선으로.

멕시칸 리그나 독립 리그에도 우수한 선수들은 있다. 문제는 누가 진짜로 우수한 선수 인지를 가려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리그 수준에 따라 비슷한 수준과 연령대의 선수 들이 소속되는 정규 마이너 리그에 비해 이들 리그의 경우 연령, 경험, 실력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복잡한 선수 구성을 보이고 있고, 따라서 선수 간의 실력 편차 도 큰 편이다. 이런 경우 기록의 신뢰성은 떨어진다.

한 가지 예로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했던 외국인 타자들이 있다. 이들 세 명은 시차는 있지만 같은 Atlantic League에서 뛰면서 별 차이 없는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호세가 프로야구 사상 손꼽힐 정도의 시즌을 보낸 반면 훌리안 얀은 그저 그런 성적을 올리는 데 그쳤고 아지 칸세코는 프리시즌 중에 공갈포 판정을 받고 쫓겨났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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