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누구를 위한 야구장인가?"

  • 입력 2002년 4월 23일 13시 26분


지난 9일, 3만500석 규모의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SK와 한화의 개막식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문학경기장은 잠실 경기장과 관중 수용 규모가 같은 대형 구장에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스카이 박스, 불펜 투수를 위해 외야에 전용공간을 만들었고, 외야에는 대형 전광판이 2개씩이나 설치되었고, 선수보호용 외야펜스를 설치하고 여기에 사계절 푸른 천연 양잔디를 까는등 시설면에서나 규모면에서 메이저리그급 경기장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꿈의 구장'이란 찬사를 듣고 있다.

이런 '꿈의 구장'을 보기위해 9일 개막식에는 2만7000명의 관중이 입장한데다 꾸준한 관중 증가세를 보이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으며 야구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찬사와는 달리 군데군데 문제점이 들어나고 있다.

가장 먼저 야구장을 찾은 팬들의 안전문제이다.

지난 17일 LG와의 경기에서 LG의 이병규가 친 파울공이 중앙 본부석쪽의 스카이박스 창문을 깨는 소동이 일어났다. 팬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유리를 방탄유리로 만들어야 했으나 일부부분에는 일반 유리로 창문을 설치하는 바람에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비싼 입장료를 주며 입장하는 스카이박스의 안전문제가 이정도이니 다른 좌석의 안전문제는 불을 보듯 뻔하다.

두번째는 선수들의 경기력 문제이다.

지난해 12월17일 SK로 이적한 김기태가 문학경기장을 처음 견학했을때 일이다. 오후 한나절 우중간 외야석을 넘어가는 해에 의해 김기태는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자칫 햇볕에 의해 타격의 방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였다.

지난 21일 처음으로 열린 삼성과의 낮경기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중앙펜스에 의해 반사된 햇볕이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을 애를 먹인 것이다. 설계과정에서 타자의 타석위치가 세심하게 배려되지 않아서 생긴 결과로 앞으로 타자들은 주간경기에서 투수들을 상대하랴 햇볕을 상대하랴 이중고를 겪어야 할 판이다.

편안함과 안락함을 강조하는 스카이박스가 파울볼에 위협받고 경기에만 몰두해야할 선수들이 경기외적인 요소에 신경을 써야하는등 팬들의 안전위협과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가져오는 문학구장을 감히 '꿈의 구장'이라 부를수 있겠는가?

몇백억을 들여 경기장 규모를 키우고, 최첨단 시설을 갖추는등 외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야구장의 제일 기본인 팬들의 안전문제와 선수들의 경기력문제를 등안시한면에 있어서는 최악의 구장임에 분명하다.

[제공 : http://www.entersport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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