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이승엽「인터뷰와의 전쟁」

  • 입력 1999년 7월 6일 19시 50분


“매스컴이 나의 홈런을 막을 수는 없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을 향해 달리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크 맥과이어는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타격에 지장을 주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국내프로야구의 홈런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삼성 ‘라이언 킹’ 이승엽(23)도 요즘 한바탕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경기전 거의 빠짐없는 방송인터뷰에다 신문 잡지는 또 왜그리 많은지….

물어보는 내용도 한결같이 홈런에 관한 것뿐.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수십번 되풀이 하다보면 금세 지치고 만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좀 낫다. 야간경기를 끝낸 프로야구 선수에게 오전시간대는 ‘새벽’이나 마찬가지. 이 시간에 전화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다.

최근엔 구단측에 “정중하게 기자분들에게 부탁 좀 해달라”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승엽은 “그래도 지난해에 한차례 겪어보고 이제 2년째니 이력이 생긴다”며 과히 싫지는 않은 표정.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올 시즌 이승엽은 지난해 심적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38홈런에서 주저앉은 것과는 달리 81경기만에 35홈런을 쏘아올렸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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