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서로 의지할때 가장 아름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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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빌 위더스 ‘Lean on Me’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의 삶엔 늘 고통과 슬픔이 있어.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더 현명해질 수 있다면, 그래서 서로의 부족함을 수긍하고 서로를 도울 수 있다면, 더 좋은 내일이 올 거야. 우린 누구나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니까.”

‘Lean on Me’의 가사처럼, 인간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팀워크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여자 컬링팀의 환상적인 조화와 단합이 가장 돋보였지만, 조카 또래의 후배들을 칭찬하고 공을 후배들에게 돌리는 이승훈 선수의 리더십 아래 서로를 신뢰하며 하나가 되었던 남자 팀추월 선수들, 쇼트트랙 선수들의 똘똘 뭉친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은 큰 힘을 얻었죠. 그리고 서로 의지하고 함께 힘을 합할 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고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만족스러운 상호작용과, 함께 이뤄내는 성취는 그 공동체의 안정감에서 출발합니다. 공동체의 안정감은 리더에게서 비롯되죠. 그래서 리더의 역할은 부모의 역할과 비슷합니다. 구성원들이 보살핌과 배려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정서적인 안전기지(secure base) 역할을 해줘야 하니까요. 구성원들은 힘들 때 그 안전기지에 의지해서 재충전을 하고, 발전 가능성도 더 잘 탐색할 수 있게 되죠.

정서적인 안전기지 역할을 하려면 먼저 집단 구성원을 존중해서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희망하는 더 나아진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을 봐주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응원해줄 수 있다면 더 좋겠죠. 하지만 리더는 늘 책임감에 시달리고, 비난을 받고 권위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합니다. 리더가 경직되면 구성원들은 안정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럴 때 구성원들은 저항하거나 주어진 과제를 회피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죠.

인간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모여도 늘 오해와 갈등을 겪게 됩니다. 관계의 균열은 더 강하고 현명한 사람이 주도해서 화해와 회복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힘든 일이죠. 균열된 관계의 치유에는 ‘상호주관적(intersubjective) 경험’이 필요합니다. 상호주관성이란 나의 주관적(개인적) 경험이 상대방의 주관적 경험에 영향을 주고, 또 상대방의 개인적인 경험이 나에게 정서적인 경험으로 공유되는 것이죠. 서로의 경험과 상태를 잘 이해하면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상호주관적인 경험이 일어나려면 △상대방의 감정을 같이 느끼는 ‘감정의 조율’ △함께 중요한 현안에 집중하는 ‘관심사의 공유’ △서로의 입장이 배려받는 상황에서 함께 발전적인 변화를 하겠다는 ‘의도의 공유’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리더의 역할은 분석하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신뢰를 쌓고,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죠. 서로를 잘 이해한다면 집단의 구성원들은 리더가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리더가 흔들릴 때 도움을 주며 헌신하게 됩니다.

올림픽을 통해 경험한 훌륭한 팀워크의 상호주관적인 경험이 우리의 가정 안에서, 우리의 공동체 안에서도 재현되기를 바랍니다. 우린 함께 가야 하니까요.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빌 위더스#lean on me#이승훈#여자 컬링#팀추월#상호주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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