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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허문명의 프리킥]미국이냐 중국이냐

입력 2016-08-12 03:00업데이트 2016-08-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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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작금의 상황이야말로 이 정부 외교정책의 총체적 난맥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미국 일본과는 틈이 벌어지고 중국에 뒤통수 맞고 북한에는 아무런 카드를 쓸 수 없는 고립무원이다. ‘내가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오만과 정세 분석 실패, 전략 없는 예스맨들로 포진된 외교안보팀의 무능이 빚은 합작품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차분하게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고 어디에 힘을 집중해야 할지 신중한 선택을 할 시점이다.

먼저 대중(對中) 외교 실패다. 중국은 우리의 서해와 인접한 중국 동북부 지역에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공격할 수 있는 둥펑 미사일을 조밀하게 배치해 놓았으면서도 우리의 사드 배치에 대해 보복 운운하며 주권 침해와 내정 간섭에 해당하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대통령은 작년 중국의 전승절 참석부터 유엔 주도 대북(對北) 제재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중국에 북핵 해결을 강력히 요구하며 “북핵 해결이 없는 한 사드 배치는 필수”라는 명분을 축적했어야 했다. 당시 대통령과 정부는 막연히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건지 아닌지 국민이 헷갈릴 정도로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다. 군 쪽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외교 용어가 나오기까지 했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현상 유지가 필요할 때 쓰는 정책이지 사드 배치와는 맞지 않는 정책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한 전략 부재가 근본 문제다.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니셔티브(주도권)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각축하는 동아시아에서 우리가 존재감을 갖고 국제관계를 풀어가려면 협상력을 높이는 다양한 카드를 활용하면서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 세밀한 수읽기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북핵’ 위기가 커질수록 남북관계는 역설적으로 ‘국제관계’를 풀어가는 카드로서의 중요성이 커진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김정은과 북한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던진 제안이었다. 북한은 ‘흡수통일론’으로 받아들였고 이어 ‘통일 쪽박’이란 말까지 나왔다. 결국 그들은 핵실험으로 나왔고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유엔을 통한 제재로 대응하면서 대통령이 국회에서 ‘북한 붕괴’까지 거론했다. 결국 남북관계는 파탄 났고 북한은 연일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한일관계는 또 어떤가. 미국은 한미일의 강한 결속을 위해 한일이 과거사 현안들을 극복하길 원했고 아베 신조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처음엔 좀 욕을 먹더라도 집권 초기에 위안부 문제 등을 풀고 한미일 간에 강한 협력체제를 구축했어야 했다.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을 원할 때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협력관계를 도모하는 게 옳았다. 한미일 협력 카드야말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존재감과 발언권을 높인다. 말이 한미동맹이지 지금은 미일 주도 연합에 한국이 어정쩡하게 얹혀 있는 모양새다. 중국이 노리는 게 바로 이 틈이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드 배치는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생존 및 주권과 관련된 문제다. 대통령과 정부가 에너지를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우리 내부의 힘을 모으는 것이다. 마침 여야 대표가 새로 뽑히는 마당이니 여야 지도부, 국내외 전문가들과도 만나 국론을 모으고 국민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친미파 친중파로 나뉘어 우리 내부가 찢어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감정적 즉자(卽自)적 대응을 삼가고 태산처럼 무겁게 대처해야 할 때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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