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에도 올림픽이 있다고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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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임형주의 뮤직 다이어리]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입상한 임동혁-동민 형제와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정명훈 손열음 씨, 퀸 엘리자베트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이름을 떨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작곡가 조은화 씨(왼쪽부터). 동아일보 DB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입상한 임동혁-동민 형제와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정명훈 손열음 씨, 퀸 엘리자베트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이름을 떨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작곡가 조은화 씨(왼쪽부터). 동아일보 DB
올림픽이나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면 아주 자랑스럽죠?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인간승리, 각본 없는 드라마 같은 감동과 희열을 느낍니다. 체육계에만 이런 대회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음악계나 무용계에는 콩쿠르가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음악 콩쿠르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젊은 음악가에게 기회를 줍니다.

동아일보 4월 29일자 A14면에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테너 김범진 씨 우승’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처럼 국내 음악계가 세계적인 음악 콩쿠르에서 많은 입상자를 배출하는 중입니다. 오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 콩쿠르에 대해 알아볼까요?

○ 쇼팽 피아노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음악 콩쿠르

폴란드가 자랑하는 불멸의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을 기리기 위해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에서 1927년 처음 개최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피아노 콩쿠르로 권위를 인정받습니다. 전 세계 젊은 피아니스트의 선망의 대상이자 꿈의 콩쿠르입니다.

그동안의 입상자는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제1회 우승자인 러시아(당시 소련)의 레프 니콜라예비치 오보린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마우리치오 폴리니, 아르헨티나의 마르타 아르헤리치, 일본의 나카무라 히로코와 우치다 미쓰코, 베트남의 당타이선, 러시아의 스타니슬라프 부닌, 중국의 리윈디…. 현존하는 최정상의 피아니스트가 즐비합니다. 한국인으로 최초 입상자는 2005년 공동 3위에 오른 임동민 임동혁 형제입니다.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는 음악의 올림픽으로 불립니다. 1958년에 창설되어 4년마다 개최됩니다. 피아노 성악 바이올린 첼로 같은 클래식 음악의 주요 악기를 중심으로 경연을 벌입니다.

이 콩쿠르 수상자들 역시 쟁쟁합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막심 쇼스타코비치 같은 전설적인 클래식 음악가를 배출했지요. 대회가 열리는 동안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화려한 축제의 한마당으로 변합니다.

자존심이 강한 러시아인에게 최고의 명예이자 자부심으로 기억되는데,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답니다. 한국인 지휘자 정명훈이 1974년 피아노부문 2위에 올랐거든요. 콧대 높은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일입니다. 한국인 입상자는 △1990년 바리톤 최현수(남자성악부문 1위) △1994년 피아니스트 백혜선(피아노부문 1위 없는 3위) △2002년 바리톤 김동섭(남자성악부문 3위)으로 이어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11년 14회 대회에서는 베이스 박종민(남자성악부문 1위) 소프라노 서선영(여자성악부문 1위) 손열음(피아노부문 2위) 조성진(피아노부문 3위) 이지혜(바이올린 부문 3위)까지 모든 경연 부문에서 5명의 입상자를 배출했습니다. 당시 전 세계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심장부인 러시아에 ‘K-클래식 돌풍’을 일으킨 셈이니까요.

○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트 국제 음악 콩쿠르’

벨기에의 엘리자베트 여왕은 1920년대 후반에 ‘퀸 엘리자베트 음악협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궁정오케스트라 악장이자 브뤼셀 왕립음악원 교수이던 외젠 이자이와 함께 국제적 규모의 바이올린 콩쿠르를 준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자이는 1931년 갑작스레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를 애석하게 여긴 엘리자베트 여왕은 1937년 제1회 대회를 ‘이자이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로 명명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잠시 중단됐다가 1951년 ‘퀸 엘리자베트 콩쿠르’로 이름을 바꿔 첫 대회를 개최합니다. 바이올린 피아노 작곡 성악의 4가지 경연 부문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폴란드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세계 최고의 피아노 음악 콩쿠르로,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가 음악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면 ‘퀸 엘리자베트 국제 음악 콩쿠르’는 해마다 열리니까 음악계의 세계선수권으로 인정받습니다. 물론 경연 부문은 격년제이지만요.

이 콩쿠르도 쇼팽이나 차이콥스키 못지않게 훌륭한 음악가들을 배출했습니다. 1951년 바이올린부문 1위인 우크라이나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거장인 레오니트 코간을 시작으로 미국 출신의 명 피아니스트인 리언 플라이셔(1952년 피아노부문 1위), 러시아 출신의 국보급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1956년 피아노부문 1위)가 있습니다.

한국인으로는 피아노 부문의 이미주(1987년 6위) 백혜선(1991년 4위) 박종화(1995년 5위) 임효선(2009년 5위) 김태형(2010년 5위) 김다솔(2010년 6위), 바이올린 부문의 강동석(1976년 3위) 배익환(1985년 2위), 작곡 부문의 조은화(2009년 1위) 전민재(2010년 1위)로 이어집니다.

2003년에 피아노부문에서 3위에 오른 임동혁은 당시 ‘편파 판정’에 항의하며 수상을 거부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후 임동혁은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공동 3위(2005년),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공동 4위(2007년)에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저는 국제 음악 콩쿠르에 도전하기 전에 국내 음악 콩쿠르에서 실력을 검증받으라고 조언합니다. 국내에서 내 위치가 어떤지, 장단점은 무엇인지를 알고 국제 음악 콩쿠르에 도전해도 늦지 않습니다. 또 너무 어려운 곡을 고르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곡을 고르면 좋겠어요. 지정곡의 경우 내가 잘 표현하고 연주할 수 있는지도 파악해야겠죠.

임형주 팝페라테너
#콩쿠르#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퀸 엘리자베트 국제 음악 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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