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진정한 자식교육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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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을 감싸주고 잘못을 덮어주기만 하면서 그 아이가 자라면 스스로 알게 될 거라고 말하는구나.

務護其短 務掩其過 而以爲渠長則當自知之
(무호기단 무엄기과 이이위거장즉당자지지)

― 이원배의 ‘구암집(龜巖集)’》
 

세상에 자식 기르는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까. 많은 학자들이 자식 교육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아무리 책을 보아도 내 자식에게 맞는 육아법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성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실제 부모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론들이다. 자식을 기르는 부부 사이에서의 갈등 중 많은 부분도 자식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의 차이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지금의 이른바 기성세대는 어렸을 적 사소한 잘못에도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꾸지람을 받고 자랐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렇게 혼날 일이 아니었는데, 왜 그리 심하게 나무랐는지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린아이들의 기를 죽이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더니, 급기야 잘못된 행동에도 너무 너그럽기만 한 교육 방식을 택하는 부모가 늘어난 듯하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원배는 ‘자식을 기르는 것에 대한 논설(養子說)’이라는 글에서, 엄하게 꾸짖지 않고 지나친 사랑으로 자식의 잘못마저 감싸는 풍조를 지적하고 있다. 잘 먹일 줄만 알고 노력하게 할 줄을 모른다거나 사랑할 줄만 알고 제대로 가르칠 줄을 몰라서, 나중에 자라면 알아서 다 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잘못을 비호한다면, 이러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행동이 되지 못한다고 하였다.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어렸을 때부터 잘못된 행동을 하면 엄하게 꾸짖어야 경계하는 마음이 생겨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옛말을 인용하며 “사람의 악행은 처음에 그치게 하면 쉽지만 무성해진 뒤에 못 하게 하면 완강히 거부하여 승복시키기가 어렵다”라고 하였다.

자식을 끔찍이 사랑한다는 ‘딸바보’, ‘아들바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그러나 사랑만이 지나쳐 우리의 자식들을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바보딸’과 ‘바보아들’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원배(李元培·1745∼1802)의 본관은 공주(公州), 호는 구암(龜巖)이다. 함경도 경성(鏡城) 출신으로,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평생 학문에 종사하며 지역의 선비들을 교육하였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이원배#구암집#자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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