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의 옛글에 비추다]달걀 두 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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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자사(子思)가 위(衛)나라 왕에게 구변(苟變)을 추천했다. 왕이 말했다. “나도 그가 뛰어난 건 알지만 그는 백성들에게 세금을 매기면서 달걀 두 개를 받아먹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입니다.” 자사가 말했다. “성인이 사람을 관직에 임명하는 방법은 목수가 나무를 쓰는 것과 같아서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는 것입니다. 임금께서는 달걀 두 개 때문에 뛰어난 장수를 버리시면 안 될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삼가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통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능력이 뛰어나도 옳지 않은 재물을 취했다면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위나라 왕과,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나머지만 써도 좋은 재목이 될 수 있다는 자사의 주장은 논쟁거리가 될 듯합니다. 선거 때나 총리 임명 때마다 후보자의 자질이 문제가 되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구한말의 항일지사 수당 이남규(修堂 李南珪·1855∼1907) 선생은 이에 대해 ‘자사가 구변에 관해 위나라 왕에게 말한 것에 대한 논변(子思言苟變於衛侯辨)’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무의 단점이야 먹줄을 대서 그 부분을 잘라내면 장점은 그대로 남아 있겠지만, 사람의 단점을 어떻게 먹줄을 대서 잘라낼 수 있겠는가. 또한 나무의 단점은 외형적인 것이지만 사람의 단점은 내면의 문제이다. 내면에 단점이 있는데도 등용할 수 있다면, 속까지 썩어버린 나무도 기둥이나 대들보로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을 관직에 임명하는 일은 천하와 후세를 격려하고자 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재주와 행실이 모두 갖추어진 자를 얻어서 쓸 수 없다면, 차라리 행실이 올바르고 재주가 없는 자를 쓰는 것이 낫지, 재주만 있고 행실이 안 좋은 자는 쓰지 않는 것이 옳다(故苟不得才行兼全者而用之, 寧用有行無才者, 有才而無行, 勿之用焉可也). … 자사 같이 현명한 분이 재주가 있다고 행실이 올바르지 않은 사람을 천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결코 자사의 말이 아니라고 본다.

비교적 명쾌한 결론이긴 하지만 선생의 말씀을 놓고 이제 또 새로운 논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돈 잘 버는 것이 최고요, 뛰어난 인재 하나가 10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칭송하는 세상이 되었기에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달걀#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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