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고위급 회담… “비싼 외교가 싼 전쟁보다 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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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지금 SNS별 상황. 카카오스토리: 전쟁 나면 이렇게 하세요 or 전쟁 나는 거 아냐? 페이스북: 북한 안 무섭다 내가 지킨다(군복 찍어 올림). 트위터: 내일 존잘님 부스 가면 남아 있으려나.”

@_Han***이 올린 이 트윗은 5000회 가까운 리트윗을 기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매체별 특징을 압축한 내용이다. 이 글에 나타난 세대별 특징은 카카오스토리는 40대 이상, 페이스북은 20대 초중반∼30대, 트위터는 10대∼20대 초반을 좀 과장되게 구분한 것이다. 40대 이상은 전쟁을 걱정했고, 20대 중반부터 30대까지는 참전 의사를 밝혔고, 10대와 일부 20대 초반은 전쟁 따위엔 관심 없이 이른바 ‘온리전’이라 불리는 만화 캐릭터 전시회에 관심을 보였다는 뜻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 30대의 북한에 대한 혐오감은 60대 이상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런 특징이 일부 SNS에도 반영됐다. 물론 이른바 군복 인증보다는 평화를 바라는 여론이 훨씬 더 높았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포격 도발로 초래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은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로 일단락됐다. 북한의 유감 표명 수위를 놓고 논란도 있었지만, 전쟁의 위험을 벗어나 평화적 해결점을 찾았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만일, 대화가 성공해 남과 북이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로 반전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의 ‘철의 여인’, 한국의 마거릿 대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회자된 이유도 누리꾼이 느끼는 안도감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때도 이런 리더십을 보였더라면”이라는 글도 다수 눈에 띄었는데 이번 도발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괜찮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8월 20일부터 27일까지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서 남북 고위급회담(판문점 포함)을 언급한 글은 모두 13만1884건이 검색됐다.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았다가 고위급회담 소식이 전해진 22일 하루 3만7000건으로 가장 많은 하루 언급량을 보였다. 리트윗이 많이 일어난 글들도 거의 이날 작성됐다. 전쟁 위협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만큼 회담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새벽 회담이 타결된 25일에도 3만4000여 건을 기록했다.

@blue*****가 올린 “현재 시각 15시 00분. 현재 뉴스속보로 뜬 내용입니다. 청와대 발표이며 5시에 있는 군사 활동은 중단되었고 18시경에 판문점에서 북측 대표 2명 남측 대표 2명이 회담을 열기로 했습니다”라는 사실 트윗은 2500회 이상 퍼져 나갔다. 남북 고위급회담과 함께 언급된 인물 연관어 1위는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차지했고 2위부터 박 대통령, 김양건, 홍용표, 문재인, 황병서, 김정은 등이 이었다.

전체 연관어 1위는 북한이었고 2, 3위는 접촉과 대화가, 4, 5위는 김관진과 청와대가 차지했다. 6위에 대북방송이 올랐는데, 이는 이번 회담의 쟁점이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었음을 말해준다. @ikam*****이 올린 “대북 확성기 방송 가운데 남북의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도 편성하는데 아이유 마음,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 봐, 빅뱅 뱅뱅뱅 등이 있다고 말했다. 뱅뱅뱅이 잘못했다리”라는 트윗도 500여 회 퍼졌다. “다 꼼짝 마라 다 꼼짝 마. 오늘 밤 끝장 보자 다 끝장 봐. 빵야 빵야 빵야”라는 가사를 사진으로 첨부한 위트 있는 글이었다.

전체 연관어 7위부터 10위까지는 협상, 박근혜, 판문점, 긴장이 차지했다.

이번 회담 타결은 ‘불행 중 다행’이다. 북한의 유감 표명도 이례적인 일이고, 대북 확성기 중단도 대승적 결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으로 교류 협력의 분위기가 마련돼 남북 간의 평화 관리가 잘된다면 금상첨화다. 안철수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남북 합의를 환영합니다. 신뢰 회복을 기초로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북핵 문제까지 차근차근 풀어가길 기대합니다”라는 글은 국민의 보편적 감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비싼 외교가 가장 싼 전쟁보다 낫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도 많이 인용됐다. 외교와 협상에서 조금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전쟁보다 더 큰 손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고위급 회담#비싼 외교#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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